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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인 연동중학교 교사 |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에 대한 첫 기억은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교사인 저도 떨렸던 그 첫 등굣길, 아이를 학교 후문 현관 앞까지 차로 데려다주곤 했습니다. 그곳엔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계셨죠.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신 할머니셨는데, 아이에게는 물론이고 저에게도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차를 돌릴 때면 늘 손을 흔들어 주시며 "잘 다녀오세요"라고 해 주셨는데, 그 짧은 순간이 하루를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곤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침 햇살과 함께 그 분의 미소가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두 번째 기억은 제가 새롬중학교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그때 저는 학교의 안전 담당 교사였는데,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과 함께 일하면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학기 중반쯤 안전 현황 보고를 위해 학교 주변을 둘러보려 하는데,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께서 이미 학기 초에 교통 안전 관련 사항을 꼼꼼히 점검하고 기록해 두셨더라고요. 교내 점검을 할 때도 항상 저보다 먼저 도착하셔서 상황을 확인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한결같이 친절하셔서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연동중학교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은 특히 '아이들을 보는 눈'이 따뜻하신 분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시면서, 어느 날은 조용히 다가오셔서 "요즘 ○○이는 좀 힘들어 보여요. 혹시 선생님도 느끼셨어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감정까지 살피는 그 섬세함에 마음이 찡했지요. "아이들 말썽 피우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 했더니, "아이들인걸요. 우리들도 그런 시절 있었잖아요"라며 웃으시던 그 말씀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학교 텃밭과 식물 키우기에 관심도 많으셔서 과학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농사지은 채소를 나눠주시며 선생님들끼리의 관계도 더 화목하게 만들어 주시는 모습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교단 일기를 마치며, 저는 교사이지만 교사보다 더 스승 같으신 분들이 학교 안에 많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말없이 복도를 닦아주시는 청소 여사님들, 입맛 없는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며 챙겨주시는 조리사님들, 시설 점검 중에도 아이들과 식물 이야기 나누며 웃음꽃 피우시는 주무관님들,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편의를 위해 애쓰는 행정사님들, 학교가 더 아름답고 편리해지도록 애쓰시는 행정실장님들과 계장님들까지. 이 모든 분들이 우리 아이들의 '삶의 교과서'가 아닐까요? 아이들은 이분들로부터 배웁니다. 배려를, 성실함을, 따뜻함을.
교단 일기를 쓰며 다시 한번 느낍니다. 학교는 수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만드는 공간이라는 것을. 오늘도 그 마음들 덕분에 저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차영인 연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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