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만들어 가는 지역의 미래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만들어 가는 지역의 미래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 승인 2025-08-19 10:18
  • 신문게재 2025-08-20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정철호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이하 'RISE')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각 대학은 이 사업을 계기로 자신들의 강점과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독립된 사업단을 꾸리고, 앞으로 5년간 대학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대학의 재정지원을 늘리는 것을 넘어 대학이 지역발전의 핵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역할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지역의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날로 심화해 가는 저출생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이제 회복이 어려울 만큼 지역을 빠르게 쇠퇴시키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기업은 일할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과 대학이 따로 움직이며 각자도생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협력을 통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때다.

RISE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협력'이다. 과거 대부분 대학은 서로 간에 소통이나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등 본연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고립된 발전은 한계에 다다랐으며, 대학이 지역과, 또 지역 내 여러 주체와 함께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불어 타 대학과의 경쟁보다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파트너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쟁의 패러다임에서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최근 RISE 사업을 전담할 인력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시기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고,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가며 내실을 갖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속성과 실천이다. RISE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역과 대학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해 나가는 '지속 가능한 혁신 플랫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대학은 단순히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서 정착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취업하고 창업하며, 가정을 꾸리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지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지역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다. 교육과 경제, 삶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대학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RISE가 당초 기대한 목적을 성취하고 성공하려면 단순한 재정지원이나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지역 구성원 모두의 인식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대학을 단지 청년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지역발전을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해야 한다. 대학 역시 지역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귀 기울이며,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존재로 자리 잡아야 한다. 분명 대학이라는 조직이 전통적으로 지향해 온 가치나 철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출생과 지역소멸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변화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변화는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대학이 손을 맞잡고 나아간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이제 막 시작된 RISE가 단순한 재정지원사업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생존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에서 좋은 인재가 길러지고, 이들이 오랫동안 지역에 머무르며 살아갈 수 있는 선순환의 씨앗을 지금 바로 함께 심어야 할 때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건사고] 해수욕장서 30대 물에빠져 숨져… 인명·재산 피해 속출
  2.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1천명당 2명 '전국 최고'… 금융기관 커넥션 드러나나
  3. 최교진 신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새 정부 교육정책 관심
  4. 대전0시축제 패밀리테마파크 방문객 53만명, 흥행 견인
  5. [편집국에서] 모두의 AI
  1. 교통편의 문제삼아 대전 투석전문의 징계 예고한 신장학회 '취약환자 어쩌나'
  2. [2026 수시특집] 충남대 3357명 선발… 지역인재전형 확대, 수능최저 완화
  3. 노은도매시장 중도매인 23명 영업정지… 점포 허용면적 20년 갈등 '수면 위'
  4. [사설] 대산석유화학 위기, 정부 지원 속도내야
  5. 내신 1.0등급 합격 학과 2년 연속 의약학계열… 이공계 최상위권 부재

헤드라인 뉴스


민생회복 쿠폰 전 연령대서 외식과 생필품에 `집중`

민생회복 쿠폰 전 연령대서 외식과 생필품에 '집중'

소비 진작을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전 연령대에서 외식과 생필품 구매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는 외식이 주를 이뤘고, 40대 이상은 생필품 비중이 컸다. 18일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 만 20~69세 금융소비자 510명으로 대상으로 진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용행태'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응답자 83.1%는 금융기관을 통해 소비쿠폰을 수령했다. 이중 76.7%는 신용·체크카드를 선택했다. 이어 지역사랑 상품권은 13.3%, 선불카드는 3.5% 순이다...

`끝나지 않은 관세전쟁` 충청권 제조업체 직격탄 맞나
'끝나지 않은 관세전쟁' 충청권 제조업체 직격탄 맞나

미국발 관세위협이 또다시 시작됐다. 철강·알루미늄에만 적용해온 50% 품목별 관세를 파생상품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충청권 부품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적용 대상이 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을 407종 추가 발표했다. 이번에 추가된 파생상품은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및 부품 등으로, 적용 품목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발표에 따라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18일 0시 1분 이후부터 미국에 수입되..

한정판 `꿈씨 스니커즈` 나온다… 올해 연말 출시 예정
한정판 '꿈씨 스니커즈' 나온다… 올해 연말 출시 예정

대전 대표 캐릭터 '꿈씨패밀리'가 글로벌 감성을 입은 프리미엄 스니커즈로 새롭게 태어난다. 대전시는 18일 시청 10층 응접실에서 '꿈씨패밀리' 캐릭터를 활용한 스니커즈 공동브랜딩을 위해 대전관광공사, 코드바이젠트리, 미국 스니커즈 브랜드 쏘울컴퍼니(아시아 총판 운영사)와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꿈씨패밀리'는 그동안 지역 축제, 관광 굿즈,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온 대전의 대표 관광 캐릭터다. 이번 협업은 나이키 조던 브랜드를 30년간 이끌며 전 세계 스니커즈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물놀이장 마지막 운영 날…‘북적북적’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물놀이장 마지막 운영 날…‘북적북적’

  • 2025 전국직장인밴드대전 흥행성공…전국대회 자리매김 2025 전국직장인밴드대전 흥행성공…전국대회 자리매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