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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중도일보 DB |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중동지역 산유국도 NCC(나프타 분해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이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지난 2021년 최대 성과를 거둔 국내 석화업계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석화업계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을 기대했지만, 이번 대책이 사실상 생산량 감축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 속에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야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처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기업들이 (악재를)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지 않냐"며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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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 NCC 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이 이미 최저수준이라는 것이다. 손익분기점이 85%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일부 기업은 60% 안팎으로 떨어진 실정이다. 이 이하로 낮출 경우, 설비 관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어느 기업이 먼저 문을 닫을지가 관건이고, 결국 살아남는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장가동률을 더 낮추기엔 이미 한계점에 와있고 결국 문을 닫는 기업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 간에 합종연횡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별로 자구 방안 마련에 착수했으며, 인력 재배치 및 구조조정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위기감이 크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HD현대케미칼 등 대기업을 포함해 91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이 NCC 관련 업종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버틸 체력이 있지만, 이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포장·운송·납품 등 80여 개 협력업체가 생존 위기에 직면할 수 있어 지역경제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지자체 차원의 대응도 시작됐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지난 7월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서를 냈다. 대산산단의 공장 가동률이 74.3%로 국내 3대 석화단지 중 가장 낮고, 국세 납부액 역시 2022년 1조7700억 원에서 2024년 1600억 원으로 90% 이상 급감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지난 5월 위기 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여수산단의 경우 세제 유예 및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업종 전환 투자보조금 등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대산산단도 동일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여수산단의 경우 신청 후 1개월 반 정도 걸려 지정된 만큼, 대산산단도 9월쯤이면 지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대산산단에는 90%의 NCC관련 기업이 있고, 이 중 95%가량이 중소·중견기업으로 대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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