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분배와 성장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분배와 성장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5-08-25 10:34
  • 신문게재 2025-08-2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3012501010011513
김흥수 경제부 차장
국회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노동권 강화 입법 드라이브가 연이틀 계속되고 있다.

먼저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창구를 원청으로 확대하고,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했으며,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한 게 핵심이다. 이튿날인 25일에는 '더 센 상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2명 이상으로 넓히는 게 골자다.

이 두 법안의 공통점은 '노동권 강화와 경영권 견제'로 요약할 수 있다. 노동계와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고, 경영계의 권한을 촘촘히 제어함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이 통과하자 노동계와 경영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노동단체는 일하는 누구나 교섭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20년 만에 법에 새겼다고 환영했고, 경제단체는 사용자·쟁의 범위를 넓히고 불법쟁의 손해배상을 제한할 경우 법적 해석 다툼이 불가피하다며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도 환영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이전 정부의 노란봉투법과 달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교화했다면서 시행까지 남아있는 6개월 동안 철저한 준비를 거쳐 법안을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범 후 경제성장을 외쳐왔던 정부 입장에 경영계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대전지역 산업현장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미국의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걷히지도 않았는데, 국내 정치권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에 이어 하반기에는 주 4.5일제 도입까지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지역 한 기업인들은 "노란봉투법은 쟁의 범위 확대로 경영 권한까지 침해할 수 있다"면서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요즘 보면 경제성장을 말해온 정부가 맞나 싶을 정도"라며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흔히 분배와 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내수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 정부와 집권여당이 밀고 있는 '선(先) 분배, 후(後) 성장'이 실효적인 처방이 맞는 지 의구심이 든다. 작은 파이를 공평하게 잘라 나눠 먹는 것보다 파이를 키운 뒤 나눠 먹었을 때 의미가 있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윈-윈할 수 있다. 6개월 남은 준비 기간 동안 정부와 여당이 보완 입법을 통해 현실성 있고 분배와 성장의 균형감 있는 해법을 찾길 바란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시 낙동강 가을꽃 향연… 3개 생태공원 이색적 풍경
  2. 전국캠핑족들, 대전의 매력에 빠져든다
  3. 10월 9일 '한글' 완전정복의 날...'세종시'로 오라
  4. '한글날 경축식', 행정수도 세종시서 개최 안되나
  5. 24일 대전시 국감... 내년 지선 '전초전' 촉각
  1. 579돌 한글날, 대전시청 광장에 울려 퍼진 한글 사랑
  2. 한산한 귀경길
  3. 최충규 대덕구청장,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목소리 청취 나서
  4.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헤드라인 뉴스


한글날 정부 주재 경축식, 내년에는 세종서 개최되길

한글날 정부 주재 경축식, 내년에는 세종서 개최되길

정부의 한글날 경축식마저 수도 서울의 전유물이어야 하나. 올해 제579돌 경축식 역시 서울 몫이 됐다. 이재명 새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아쉬운 10월 9일 한글날이 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정부세종청사에 있고 김민석 총리 주재의 경축식이었던 만큼, 아쉬움은 더욱 컸다. 새 정부의 첫 경축식이 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시에서 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세종시 대표 축제인 '2025 한글 축제'가 오전 8시 한글런과 함께 막을 올렸다. 김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한글날 경축식을 세종시에서 열었..

[`무주공산` 제2중앙경찰학교, 어디로] 정치적 이해득실 따지다 제2중경 놓칠라
['무주공산' 제2중앙경찰학교, 어디로] 정치적 이해득실 따지다 제2중경 놓칠라

1. 1년 넘게 이어진 유치전, 현주소 2. 치열한 3파전… 최적지는 어디? 3. '왜 충남인가' 수요자의 의견은 4. 단일화 여론… 미동 없는 정치권 제2중앙경찰학교 1차 후보지 3곳 가운데 충남 아산이 입지 여건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충남 내부의 단일화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이 문제에 사실상 침묵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에 지역 정치권의 시선이 내년 지방선거에 쏠려있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1일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토부 서울·대전·부산·경기 원룸촌 조사… 허위·과장 의심광고 321건
국토부 서울·대전·부산·경기 원룸촌 조사… 허위·과장 의심광고 321건

청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대학가 원룸촌 부동산 매물 중 허위·과장 의심 광고가 321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전국 대학가 원룸촌 10곳을 대상으로 인터넷 허위매물 광고를 점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7월 21일부터 8월 22일까지 약 5주간 진행했으며, 대상 지역은 서울 5곳, 대전 1곳, 부산 2곳, 경기 1곳 등 10곳이었다. 대전의 경우엔 유성구 온천2동이 대상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직방,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과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에 올려진 중개 대상물 표시·광고 등 1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한산한 귀경길 한산한 귀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