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진시황제가 추앙받는 것은 전국통일이 처음이요, 550년이나 지속된 전쟁종식에 있다. 그의 본명은 영정이다. 업적만큼이나 그의 등장도 극적이다. 조나라에 잡혀가 있던 진나라 공자 영자초에게서 기원전 259년 태어나 기원전 250년 진나라로 돌아온다. 영자초가 장양왕이 되자 그는 태자가 되고, 장양왕이 3년 만에 이승을 등지자 보위에 오르게 된다. 승상이었던 여불위가 섭정하다, 기원전 237년에야 친정을 시작한다. 230년부터 통일 작업이 시작된다.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의 통일대업을 이룬다. 9년 만의 일이요, 38세, 질풍노도와 같은 세월이다. 후대 사가들이 잔인하고 포악한 군주로 묘사하지만, 중앙집권제, 관료에 의한 군현지배 등 그가 세운 국가 체제가 후대 국가들의 통치 기반이 된다.
시황제가 죽자, 진은 패망의 길로 치닫는다. 변환기에 등장하는 유방(劉邦)과 항우(項羽) 역시 풍운아다. 유방은 평민에다 시골 농가 출신으로 바람둥이 백수건달이었다. 허송세월하던 그가 최종적으로 황제가 된다. 한편, 진에 대항하는 반란군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날 때 항우는 삼촌 항량(項梁)이 이끄는 초군에 합류하였다가 최고 지휘자가 된다. 항우는 역발산기개세의 힘을 가지고 있어 유방보다 우위에 있었으나 해하결전에서 유방에게 대패한다. 유방이 다시 통일대업을 실현시킨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김후가 저술한 <불멸의 제왕들>에 보면 함양에 진주한 두 사람의 처신이 성패를 가른다. 유방은 약탈 방지로 민심을 안정시키고 진나라의 법률체제를 폐지, 살인, 상해, 절도죄만 벌하는 '약법삼장(弱法三章)'을 공표한다. '최소의 정치가 최고의 정치'란 도가의 정치를 도모했다. 다스림이 없으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는 정치 말이다. 또 하나는 인재의 존중과 활용이다. 아끼고 경청하며 배려한다. 항우는 독선적이다. 진왕 영을 포함, 왕족 모두 몰살한다. 왕실의 여인과 보물을 약탈하고, 아방궁을 불사른다. 스스로 패왕이라 칭한다. 오만하고 포악했던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로 장동혁 의원이 선출되었다. 2020년 정계에 입문하여 5년 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재선의원이라 하지만 2022년 6월 보권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지난해 총선에서 다시 당선, 모두 합쳐야 이제 3년이 가까스로 넘은 시점이다. 정치신인이 자력으로 제1야당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풍운아라 아니할 수 없다.
근래 선거에서 각 정당은 외연확장에 진력해 왔다. 장동혁 대표에겐 특별한 후원군이 눈에 띄지 않았다. 변화 욕구가 만들어낸 선택일 수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단일대오라는 신념이 승리의 요체 아닐까? 그의 신념이 구심점이 되었다. 구심력이 만들어지려면 구심점이 강하고 확고해야 한다. 구심점이 빈약하면 윈심력이 작용한다.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관성이 작용, 분산되고 마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가 그를 증명해 보인 것 아닐까?
특정 정당의 호불호 때문에 쓰는 글이 아니다. 건전하고 건강한 정당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정당이 범죄 집단, 범죄보호 집단, 진실이 없는 선전선동집단, 편협한 집단이 되어서야 국가의 미래가 어디 있으랴?
필자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창업과 수성의 다름을 명심해야 한다. 대표가 되는 것과 유지 확장하는 것은 다르다. 먼저 원대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 다음, 동반자 모두가 일을 잘 하도록 뒷바라지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인재가 있으면 삼고초려 해야 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견이 있으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특징과 개성이 창조적 지혜가 되고 활력이 된다.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존중해야 한다. 경륜과 패기가 조화로울 때 승리가 더욱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가치 판단의 모든 기준이 인류, 국가민족의 전도번영이어야 한다. 당은 그 다음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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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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