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풍운아의 수성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풍운아의 수성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8-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역사의 변곡점마다 풍운아(風雲兒)가 등장한다. 한자말 그대로 풀이하면 좋은 바람과 구름의 기운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좋은 기회에 탁월한 활약으로 두각이 드러난다. 엄청난 돌풍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성기가 짧지만 자기색이 도드라지는 경우가 있고, 등장에서 두각까지 기간이 매우 짧은 경우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진시황제가 추앙받는 것은 전국통일이 처음이요, 550년이나 지속된 전쟁종식에 있다. 그의 본명은 영정이다. 업적만큼이나 그의 등장도 극적이다. 조나라에 잡혀가 있던 진나라 공자 영자초에게서 기원전 259년 태어나 기원전 250년 진나라로 돌아온다. 영자초가 장양왕이 되자 그는 태자가 되고, 장양왕이 3년 만에 이승을 등지자 보위에 오르게 된다. 승상이었던 여불위가 섭정하다, 기원전 237년에야 친정을 시작한다. 230년부터 통일 작업이 시작된다.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의 통일대업을 이룬다. 9년 만의 일이요, 38세, 질풍노도와 같은 세월이다. 후대 사가들이 잔인하고 포악한 군주로 묘사하지만, 중앙집권제, 관료에 의한 군현지배 등 그가 세운 국가 체제가 후대 국가들의 통치 기반이 된다.

시황제가 죽자, 진은 패망의 길로 치닫는다. 변환기에 등장하는 유방(劉邦)과 항우(項羽) 역시 풍운아다. 유방은 평민에다 시골 농가 출신으로 바람둥이 백수건달이었다. 허송세월하던 그가 최종적으로 황제가 된다. 한편, 진에 대항하는 반란군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날 때 항우는 삼촌 항량(項梁)이 이끄는 초군에 합류하였다가 최고 지휘자가 된다. 항우는 역발산기개세의 힘을 가지고 있어 유방보다 우위에 있었으나 해하결전에서 유방에게 대패한다. 유방이 다시 통일대업을 실현시킨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김후가 저술한 <불멸의 제왕들>에 보면 함양에 진주한 두 사람의 처신이 성패를 가른다. 유방은 약탈 방지로 민심을 안정시키고 진나라의 법률체제를 폐지, 살인, 상해, 절도죄만 벌하는 '약법삼장(弱法三章)'을 공표한다. '최소의 정치가 최고의 정치'란 도가의 정치를 도모했다. 다스림이 없으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는 정치 말이다. 또 하나는 인재의 존중과 활용이다. 아끼고 경청하며 배려한다. 항우는 독선적이다. 진왕 영을 포함, 왕족 모두 몰살한다. 왕실의 여인과 보물을 약탈하고, 아방궁을 불사른다. 스스로 패왕이라 칭한다. 오만하고 포악했던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로 장동혁 의원이 선출되었다. 2020년 정계에 입문하여 5년 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재선의원이라 하지만 2022년 6월 보권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지난해 총선에서 다시 당선, 모두 합쳐야 이제 3년이 가까스로 넘은 시점이다. 정치신인이 자력으로 제1야당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풍운아라 아니할 수 없다.

근래 선거에서 각 정당은 외연확장에 진력해 왔다. 장동혁 대표에겐 특별한 후원군이 눈에 띄지 않았다. 변화 욕구가 만들어낸 선택일 수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단일대오라는 신념이 승리의 요체 아닐까? 그의 신념이 구심점이 되었다. 구심력이 만들어지려면 구심점이 강하고 확고해야 한다. 구심점이 빈약하면 윈심력이 작용한다.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관성이 작용, 분산되고 마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가 그를 증명해 보인 것 아닐까?

특정 정당의 호불호 때문에 쓰는 글이 아니다. 건전하고 건강한 정당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정당이 범죄 집단, 범죄보호 집단, 진실이 없는 선전선동집단, 편협한 집단이 되어서야 국가의 미래가 어디 있으랴?

필자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창업과 수성의 다름을 명심해야 한다. 대표가 되는 것과 유지 확장하는 것은 다르다. 먼저 원대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 다음, 동반자 모두가 일을 잘 하도록 뒷바라지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인재가 있으면 삼고초려 해야 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견이 있으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특징과 개성이 창조적 지혜가 되고 활력이 된다.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존중해야 한다. 경륜과 패기가 조화로울 때 승리가 더욱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가치 판단의 모든 기준이 인류, 국가민족의 전도번영이어야 한다. 당은 그 다음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3.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4.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5.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1.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2.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3. [대입+] 2026 수능도 ‘미적분·언어와 매체’ 유리… 5년째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4.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5. [홍석환의 3분 경영] 친구의 빈소에서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