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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전산실 화재가 노후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해 전산실 온도가 한때 160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임병안 기자) |
27일 오전 10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유성구 화암동 대전본원 앞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관련 브리핑을 개최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이상민 운영기획관과 정광용 시설운영팀장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화재 발생 과정과 수습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위험 줄이려 옮기는 중 화재
먼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는 5층 전산실에 서버와 같은 공간에 설치된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 1층 별도의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22년 10월 경기도 성남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UPS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돼 카카오톡 등의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된 사건이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도 UPS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산장비와 같은 공간에 설치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응하는 과정이었다. UPS 배터리를 지하층으로 옮기는 작업을 최근 시작했고 앞서 1개조 이전설치를 완료한 상태에서, 이날 2번째로 리튬이온 배터리 16개 팩을 지하실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는 중 화재로 이어졌다. 전체 16개조 1192개 모듈을 옮길 예정이었다.
이상민 운영기획관은 "앞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처럼 전산실 내에 전산 장비와 UPS배터리가 같은 곳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예산을 확보해 배터리를 옮겨 물리적으로 분리된 지하실에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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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정문에서 대전소방본부와 국정자원 관계자들이 화재 발생과 진화 앞으로 전산복구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옮기기 전에 배터리에 연결된 전원을 차단하고 보니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면서 발화가 되었다는 것이 국가정보관리원 측의 설명이다. 이때 배터리에서 전원선을 분리하려던 LG에너지솔루션 하청업체 40대 근로자가 화상을 입었다. 현장에는 하론계 소화 분사장치가 설치된 상태에서 출동한 소방대원이 수동으로 작동시켰으나 배터리 화재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화재가 발생한 5층은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산 서버가 설치돼 운영되는 곳으로 해당 층에 설치된 배터리 384개가 전부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배터리는 2010년 설치된 기종으로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이다. 또 같은 층에 전산시설도 상당수 소실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소방본부는 열 폭주가 이뤄질 때 서버실 내부 온도가 160도까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정부24를 비롯해 실생활과 직결되는 모바일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주요 민원·인증 서비스 등 70개 서비스 전산 서버가 가동 중이었는데 화재로 이 같은 서비스가 중단됐다.
또 5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다른 층 전산장비를 보관한 곳에 항온·항습장치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의 모든 전원을 차단했다. 이 때문에 직접 화재피해에 의한 장애가 아닌 예방적 조치로 647개 공공기관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상민 운영기획관은 "항온 항습기가 작동하지 않아 저희가 다른 전산실에 온도가 올라가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대전본원에서 서비스하는 647개 업무 시스템을 중단했다"라며 "서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려면 진화가 완료되고 저희가 들어갈 수 있을 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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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오후 8시 20분께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있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27일 오전 6시 30분깨서야 초기 진화가 완료됐다. (사진=임병안 기자) |
대전본원에 전산이 화재로 소실되어 데이터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백업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 데이터 복원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당장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 파악 후에 복원에 대해 검토될 전망이다. 전산 서버가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기준으로 1~4등급으로 구분해 1~2등급은 제3의 장소 서버에 데이터를 매일 백업하고 3~4등급도 백업 데이터를 보관 중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하론계 소화 분사장치를 사람이 먼저 작동시키고 자동으로 소화 가스가 분출되는 시스템을 갖춰 대비책은 있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서는 한 계가 있어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됐다"라며 "화재가 먼저 완전히 진화된 이후에 전산장비 상태를 보고 복구 등의 계획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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