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벌이에 갇힌 거짓 SNS와 플랫폼의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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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돈벌이에 갇힌 거짓 SNS와 플랫폼의 해태

고무열 GMY Corporation 대표이사

  • 승인 2025-09-29 16:47
  • 신문게재 2025-09-30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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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열 대표이사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틱톡 등 글로벌 SNS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다. 사회의 사고와 판단을 잠식하는 거대한 독의 강이다. 한때 '정보 민주화'로 포장되었던 이들 플랫폼은, 돈벌이와 선정적 클릭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짓의 성역으로 전락했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제작된 근거 없는 영상과 자극적 제목은 알고리즘을 만나 눈덩이처럼 커지고, 진실은 숨죽인 채 묻힌다. 최근 정치인 관련 허위 영상이 몇 시간 만에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확산시킨 사례는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진실을 가리는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분노와 호기심을 폭발시키는 유독물 공급기다. '충격 실화', '모르면 손해', '충격 반전' 같은 선정적 제목이 폭풍처럼 퍼지고, 근거 없는 음모론과 조작 영상이 현실을 삼킨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허위 정보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며 시민들을 공포와 불신 속으로 몰아넣은 사례는, 거짓이 사회를 얼마나 순식간에 잠식하는지 보여준다. 아이들의 학습, 직장인의 판단, 정치적 선택까지 오염되며,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무너졌다. 이대로 두면 사회 전체가 독극물에 노출된 상태와 다름없다.



정치적 피해는 치명적이다. 특정 세력이 전략적으로 허위 정보를 배포하고, 플랫폼이 이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확산시키면 여론은 조작된다. 선거 기간 동안 근거 없는 정치 음모론 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 특정 후보 이미지를 왜곡한 사례는, 민주주의가 이미 뒤틀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SNS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심장이 뛰는 공간이 아니라, 독이 흐르는 거대한 하수구가 되었다. 플랫폼 회사는 "우리는 중개자일 뿐"이라는 변명은 잔혹한 기만이다. 알고리즘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지 결정하는 설계도이며, 방치하는 순간 플랫폼은 공동 범죄자가 된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플랫폼이 불법·유해 콘텐츠를 방치할 경우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도 정치적 허위 정보와 광고 규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제 사례는 단순 참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지금 당장 눈을 뜨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붕괴할 것이라는 현실적 경고다.

한국 사회도 즉각 행동해야 한다. 플랫폼은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국가 역시 방관해서는 안 된다. 허위 정보와 선정적 콘텐츠가 사회를 잠식하는 동안 정부가 침묵하면, 플랫폼은 돈벌이에만 몰두한다. 반복적으로 허위 정보를 방치한 플랫폼에는 법적·재정적 책임을 물어 광고 수익을 환수하고, 계정을 차단해야 한다.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익적·사실 기반 콘텐츠 우선 노출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 시민이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도록 미디어 이해력 교육과 독립적 팩트체크 기관 활성화도 시급하다.

몇 년 전 일부 유명 유튜브 채널이 근거 없는 정치·사회 영상으로 억대 광고 수익을 올린 사례만 봐도, 구조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지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SNS는 거짓과 돈벌이의 성역으로 자리 잡아, 사회 전반을 부패시키고 민주주의를 완전히 마비시킬 것이다.

결론은 행동하지 않으면 붕괴가 확정된다. 이런 문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겠는가. SNS에서 거짓과 돈벌이가 민주주의를 짓밟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국가와 플랫폼, 시민 모두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거짓이 권력과 돈을 만나 사회를 잠식하도록 방치하면, 민주주의는 종말을 향해 달려간다. 선택은 분명하다.

행동하든지, 아니면 역사의 기록 속에 '방관의 죄'를 남기든지. 특단의 조치 없이 거짓과 돈벌이의 SNS 생태계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스스로 만든 함정에 갇혀 허우적거리며 붕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눈을 뜨지 않으면, 내일은 이미 늦다. 거짓과 돈벌이가 지배하는 사회, 그 끝은 파멸뿐이다.

/고무열 GMY Corporation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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