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가을은 독서의 계절 ‘일본 하이쿠’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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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가을은 독서의 계절 ‘일본 하이쿠’를 만나다

  • 승인 2025-10-15 16:04
  • 신문게재 2025-10-10 9면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가매노소에미꼬
가매노소에미꼬 명예기자 제공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다. 선선한 바람과 알맞은 기온 덕분에 책을 읽기 좋은 시기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함께 책을 가까이하면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부모에게도 정서적 여유를 선사한다.

최근 전 세계에서 관심을 모으는 문학 장르로 일본의 **하이쿠(俳句)**가 있다. 일본에서만 하이쿠를 즐기는 사람이 1천만 명을 넘는다. 하이쿠는 5·7·5, 총 17음절로 이루어진 일본 특유의 짧은 시다. 계절감을 담는 '계어(季語)'가 반드시 포함되며, 자연 속에서 순간의 감정과 사색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가을 하이쿠로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밝은 가을 달, 연못을 돌며 밤을 지새운다(明月や 池を巡りて 夜もすがら)"가 있다. 짧은 구절 속에서도 고요한 가을밤의 풍경과 깊은 여운을 전한다. 바쇼는 특히 자연과 삶을 연결해 자비심과 성찰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하이쿠는 17세기 이후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 이전에는 8세기의 단카(短歌),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와카(和歌)라는 긴 시가 있었다. 문학사에서는 종종 "시조는 한국의 하이쿠"라는 표현이 쓰인다. 두 장르 모두 일정한 음수율을 지키는 정형시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중국 한시에서 비롯된 간결함과 자연 예찬의 전통이라는 문화적 뿌리 또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향 관계보다는 동아시아적 문화 배경 속에서 형식적 유사성이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의 시조는 비교적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전개를 갖추며 기승전결 구조를 따라 노래하듯 흐른다. 반면 하이쿠는 찰나의 순간을 짧은 문장에 담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단순함 속에서도 깊은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두 장르는 자주 비교되지만, 각각 독자적인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하이쿠는 일본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국제 공모전이 활발하게 열리며, 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지역이나 다양한 언어에서도 창작이 이뤄진다. 주제 또한 전통적인 자연 예찬에서 벗어나 사회·환경 문제, 전쟁과 평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짧은 시가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이유다.

하이쿠는 짧지만 깊이가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직접 하이쿠를 지어보는 것은 감성을 풍요롭게 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올가을에는 독서뿐 아니라 짧은 시 쓰기에 도전해 문학적 여유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가매노소에미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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