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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보건의료혁신포럼이 마련한 '대전시 일차보건의료 이대로 좋은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장은 '돌보는 의료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의료가 돌봄에 무지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지목했다. 2021년 뇌출혈로 쓰러져 몸이 마비된 56세 아버지를 22세 아들이 집에서 돌보다 영양실조로 아버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법원은 아들에게 존속 살해죄로 징역 4년을 선고한 일이 있다. 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뇌출혈로 인한 친부 돌봄을 어머니 없이 아들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동안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체계의 작동이 실패한 사례라는 반성이 이날 나왔다.
장숙랑 교수는 "질병과 간병부담으로 생계와 관계가 파탄나고 보건·의료·복지체계의 작동 실패를 드러낸 중대사건"이라며 "보건의료서비스에 돌봄의 개념이 부재해 유사사건이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앞서 뇌출혈 아버지와 돌봄을 감당하지 못한 아들의 사례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공됐다면, 재난적 의료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가 되었더라면, 만성질환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당뇨와 고혈압에 대해 관리가 이뤄졌다면 등의 방식으로 제도가 있음에도 필요한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정책을 소개하며 병원 내 사회복지사 필요성과 의료기관과 돌봄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돌봄 부담은 커져가는데 보건의료 영역 안에서 적정한 돌봄 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라며 "의료기관이 대상 환자를 선택해 정작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되지 못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대전시가 혁신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지침을 정하고 예산을 내리기를 기다리지 말고 대전 지역실정에 맞는 통합돌봄 틀을 선도적으로 입안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통합돌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와 일차보건의료 역할'이라는 주제로 공공보건의료기관 분석과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대전은 전체 의료기관 134곳 중에 8곳이 공공의료기관으로 병상 수 기준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14.8%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기관이 대전 지도를 펼쳤을 때 중심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지역으로 환자 유출이 다른 광역시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전시 인구가 2040년 133만9000명대까지 감소할 때 고령화로 의료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럴 때 1차 의료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원섭 본부장은 "대전은 서울로 환자 유출이 높은 곳인데 기능을 강화하면 반대로 환자가 지역에 머물러 자체 충족률을 높이는 가능성 있는 곳"이라며 "일차의료가 강화되어야 하고, 대전시가 의료원 개원에 앞서 지역사회 보건수요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미리 준비를 마쳐야지, 개원 후에 준비하려 한다면 그때는 늦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지정기관인 대전 하나의원 정재원 원장을 비롯해 이찬우 대전시 중도장애인 사회복귀센터장과 신문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본부장, 나백주 을지대 의과대 교수 등이 토론을 이어갔다.
정재영 하나의원 원장은 "의료법 33조에서 민간의료기관이 현장 의료를 제한하고 있어 취약계층 환자 발굴 및 돌봄 서비스 신규 등록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서구청이 저희에게 의뢰한 환자를 찾아가 만나보면 취약계층이면서 환자마다 기저질환 정도 차이가 크고 관리되지 않아 중증으로 발전한 사례도 적지 않은데 이러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의료적 취약계층을 민간의료기관이 직접 발굴해 도움을 줄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민우 약사는 하루에 열 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중복 처방이나 부작용 위험에 대한 약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통합돌봄에서 공공약국 설립을 포함한 다학제 인력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성호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전지부 행정부회장은 2018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물리치료사들이 방문 재활 서비스와 운동지도를 제공 중으로 통합돌봄 체계에서도 물리치료사가 참여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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