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학교스포츠클럽, 삶을 배우는 또 하나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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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학교스포츠클럽, 삶을 배우는 또 하나의 교실

오하늘 아름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5-10-16 17:31
  • 신문게재 2025-10-17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아름고 오하늘 선생님2
오하늘 아름고등학교 교사
20여 년 전, 내가 학생이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그려진다. 당시에는 학교스포츠클럽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다.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한쪽에 모여 친구들과 공을 차며 흙먼지를 일으키거나 방과 후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이 전부였다. 운동장은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종이 울리면 발에 묻은 흙을 털며 교실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의 운동은 어디까지나 놀이였고 잠시 현실의 답답함을 풀어내는 해방구였으며 즐거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학교 이름을 걸고 정식 대회에 나가는 경험은 꿈꾸지 못했다. 체계적인 훈련이나 성장의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크게 달라졌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스포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해 학교스포츠클럽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단순히 점심시간을 때우기 위해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팀을 이뤄 대회를 준비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훈련 과정에서 땀을 흘리며 웃고 때로는 패배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소중한 배움을 얻는다. 승리의 기쁨은 자신감을 키우고 패배의 아픔은 다시 일어설 용기를 길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협동과 배려 책임과 희생 같은 삶의 가치를 몸으로 익힌다는 점이다.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다 보면 아이들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다. 처음 팀을 만들 때는 각자 자기 실력을 뽐내기에 급급하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앞서 종종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선후배가 서로를 격려하고 연습에 빠진 친구를 챙기며 때로는 주전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볼 때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 순간 운동장은 단순히 공을 차고 점수를 겨루는 공간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교실이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대회를 앞두고 한 학생이 발목을 다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그 학생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던 주축 선수였기에 낙심이 컸다. 그런데 아이들은 오히려 그 친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형이 못 뛰니까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벤치에 앉은 그 학생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응원하며 팀을 이끌었다. 그 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값졌다.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위하는 진정한 삶의 태도였다.

이렇듯 학교스포츠클럽은 단순히 체육 활동의 영역을 넘어 학생들의 전반적인 성장에 기여한다.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이 머리의 양식을 채운다면 운동장에서의 경험은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학생들은 경기 규칙을 지키며 정직과 공정함을 배우고 팀워크 속에서 협력과 존중을 익힌다. 또한 스포츠클럽 활동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될 만큼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진로 설계에 중요한 경험이 되고 있다. 승패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다스리고 타인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학창 시절 운동장은 자유롭고 즐거웠지만 다소 단순했다. 반면 지금의 학생들은 학교스포츠클럽이라는 제도를 통해 훨씬 더 넓고 깊은 배움의 장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세대의 차이가 아니라 교육이 아이들에게 선물해줄 수 있는 삶의 방향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운동장은 더 이상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그것은 곧 인생의 축소판이자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살아 있는 교실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학교스포츠클럽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땀 흘리는 시간이 아니라 인생을 준비하는 소중한 수업이 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사회에 나아가 부딪히는 수많은 경기장에서 이 작은 운동장에서 배운 값진 가르침이 분명히 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오하늘 아름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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