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40. 좌우 이념 대립의 '확증편향'을 완화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40. 좌우 이념 대립의 '확증편향'을 완화할 수 있을까?

  • 승인 2025-10-2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현재 우리는 진실을 보기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을 봅니다. 이 단순한 사실이 오늘날 세계를 치명적으로 분열시키고 있지요. 특히 미국과 한국에서 좌·우의 대립은 이제 의견의 차이가 아니라 정체성 충돌이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합리적 주장을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진영의 입에서 나오면 자동으로 배척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일단, 정보화 사회에 진입한 후, SNS 알고리즘과 미디어 분극화가 결정적 요인입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른 정보와 유사한 콘텐츠만 추천하기 때문에 각 진영은 '자기 확신의 방' 안에 갇히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폭스 뉴스와 CNN, 한국에서도 보수적인 언론과 진보적인 언론 등 매체의 이념 편향이 이용자의 인식을 분리하고 강화합니다. 여기에 정치인들은 이러한 '적대적 정치 구도'를 이용해, 결집 효과를 노립니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면 중도층을 잃더라도 핵심 지지층이 더욱 결속되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합리적 타협이라도 배신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협력의 공간은 협소할 수밖에 없지요.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고용 불안, 젠더 갈등 등에서 비롯된 정체성 또는 생존의 위기감 때문에 '우리와 그들'의 구조로 고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세대·지역·젠더 갈등이 정치적 이념과 결합하여 더 증폭되고 있지요.

이렇게 우리가 자기 진영의 말만 믿는 이유에 대한 관련 이론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확증편향' 이론인데, 인간은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반대되는 증거는 회피하거나 왜곡하려는 인지적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지부조화' 이론이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정보를 접할 때 심리적 불쾌감이 생기므로 사람들은 그 정보를 무시하거나 합리화합니다. 오히려 상대 진영이 옳은 말을 하더라도 틀린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집단 동일시' 이론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으며 타 집단을 폄하함으로써 자존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양극단의 주장을 완화할 방법은 없을까요? 결국 교육, 언론, 종교 그리고 제도적 조정이 필요합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처럼 "진리를 이해하려면 반대 의견도 들어야 한다"라는 원리를 내면화하기 위해서, '겸손'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과 교육이 극단적 이슈 대신에 공동 가치 예컨대 공정, 안전,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서사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논쟁적인 부분의 정책을 결정할 때는 시민 참여형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그것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생소한 숙의 민주주의를 점진적으로 제도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알고리즘의 편향 구조를 이해한다면 자기 진영의 정보도 비판적으로 탐색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나 시민 교육에서 '정보 다이어트'를 가르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그리고 이미 우리 정치권에서도 많이 논의되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에 있는 승자 독식형 선거제를 개선하는 것이지요. 현 제도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으므로 비례 대표제의 확대·강화 등을 통하여 다당제가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오늘날의 이념 대립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정체성의 충돌이기 때문에 이성적 설득만으로는 부족하고, 심리적 겸손과 제도 변화 그리고 미디어 환경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2.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3.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4.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5.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1. 대전 중구, 국공립어린이집 위·수탁 협약식 개최
  2. 충청권 국립대·부속병원·시도교육청 23일 국정감사
  3. '충남 1호 영업사원' 김태흠 충남지사, 23일부터 일본 출장
  4.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5. 대전경찰청,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헤드라인 뉴스


국정자원 화재 배터리 30억원 사업 불법하청 정황 포착

국정자원 화재 배터리 30억원 사업 불법하청 정황 포착

대전경찰청이 화재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배터리 이전 작업 때 전기공사업법이 허용하지 않는 하청과 재하청 다단계 계약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 불이 났을 당시 여러 개의 배터리팩이 연결된 랙 전원은 차단하지 않았고, 작업자와 공구에서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대전경찰에 따르면, 화재 발생 27일간 사고와 관련해 29명을 소환해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다. 화재 당시 작업자부터 국정자원 실무자와 과·국장을 포함해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도 이번 사고에 대해 조사됐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 대전에 설립돼야"
"우주항공산업진흥원, 대전에 설립돼야"

국가 우주항공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기관인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이 설립 예정인 가운데 대전시가 우주항공청을 방문해 유치전에 나섰다. 최성아 대전시 정무경제과학부시장은 22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을 방문해 노경원 차장을 만나 우주항공산업진흥원 대전 설립과 우주기술혁신 인재양성센터 인력양성사업 국비 지원 등을 건의했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은 정책개발, 기술이전 및 사업화, 창업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국가 우주항공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이 9월 공청회를 통해 설립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설..

유류세 인하 올 연말까지 연장… 인하 폭은 휘발유 3%, 경유·LPG 5% 축소
유류세 인하 올 연말까지 연장… 인하 폭은 휘발유 3%, 경유·LPG 5% 축소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오는 연말까지 두 달 더 연장된다. 다만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다음 달부터 휘발유는 25원, 경유는 29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0월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12월 31일까지 연장된다. 기재부는 "유가 및 물가 동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