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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나로원자로. |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무 검토가 진행 중이며, 행안위는 "교부세 항목 신설은 재정 부담이 크지만,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긍정적인 검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구에는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가 있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이 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핵심시설이며,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과 실험동이 밀집해 있다.
사고 발생 시 대전 도심 전체가 직접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일대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으로 지정했지만, 유성구는 발전용 원전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 한 푼의 안전교부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2월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지자체도 일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그동안 발전용 원전이 있는 지역만 지원을 받던 구조에서 연구시설 주변 지자체에도 지원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재원 근거가 되는 '원자력안전교부세' 조항은 빠졌다.
울산 울주군·부산 기장군·전남 영광군 같은 발전용 원전 지역은 이미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과 '지역자원시설세법'에 따라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전력 생산으로 얻는 수익 일부를 지역에 돌려주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용 원자로가 있는 대전 유성구는 발전소로 분류되지 않아 법적·재정적 사각지대에 놓였다.
황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다.
개정안은 내국세의 0.06%를 '원자력안전교부세'로 신설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관할 기초지자체에 교부하도록 했다.
즉, 원전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한 지역에도 피해지원, 방재대책 수립 등에 필요한 법적 재정지원 통로를 열어주는 법안이다.
하지만 법안 개정을 위한 행정당국의 노력은 방사능 위협을 덜기 위한 주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화를 위한 첫 관문인 상임위 논의가 진행 중인데도 유성구는 "법 통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 외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법안 발의 전 의원실에 의견을 전달했고, 주민 의견 수렴 등 필요한 조치는 마쳤다는 입장이다.
지역 현안 입법을 위해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하거나 국회 일정에 맞춰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다른 지자체의 노력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유성구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인 적 있지만 22대 국회 출범 이후엔 이마저도 않고 있다.
지난 7월 지역구 국회의원(조승래, 황정아) 초청 당정(黨政)협의 형식 간담회 의제 중 하나로 올렸을 뿐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현재는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며 동향만 파악하고 있다"며 "구 차원에서 따로 행정력을 투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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