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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이 불이 난 국정자원관리원 배터리 이전 작업이 불법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 (사진=중도일보DB) |
22일 대전경찰에 따르면, 화재 발생 27일간 사고와 관련해 29명을 소환해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다. 화재 당시 작업자부터 국정자원 실무자와 과·국장을 포함해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도 이번 사고에 대해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배터리 옮기는 과정에 절연 처리는 없었다는 진술을 조사 대상자에게서 공통으로 확보했다. 전원을 물리적으로 분리한 뒤 끝부분에 절연테이프로 감아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작업자들의 작업복과 장비에서 마찬가지로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절연에 대한 조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작업 때 전기배터리로 작동하는 전동 드릴 등이 사용됐다.
경찰은 이번 국정자원 배터리 이전 작업은 30억 원 규모의 전기사업으로 전기공사업법에서는 하청업체 위탁을 금지하고 있으나, 수사 과정에서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실제 작업을 실시한 업체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대전과 광주에 각각 주소를 둔 두 업체가 배터리 이전사업을 수주했는데, 화재가 발생한 9월 26일 작업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했다는 것이다. 서류상 수주한 두 업체가 A라는 하청업체에 사업을 일괄 넘겼고, A는 작업 중 일부를 B와 C라는 업체에 재하청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로 국정자원 담당자 1명과 작업자 4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는데 작업자는 대부분 하청 또는 재하청 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작업소장은 원청업체에서 퇴사하고 하청 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서류가 되어 있는데 경찰은 이 역시 하청을 금지하는 전기공사업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뿐 실제 소속은 원청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특수한 경우에 허용하는데 이번에는 법률을 완전히 무시하고 처음 낙찰받은 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가 실질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업 중에 단전과 절연에 대한 주의가 소홀했다는 게 진술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화재 발생 5층에 공급되는 주전원은 차단했으나 배터리 5개 묶음의 랙에 부착된 개별 전원차단 장치까지는 손대지 않고 작업했다는 것이다. 피복에 절연테이프를 두르고, 작업자 옷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차단하거나 공구에서 발생하는 미세 전류를 차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치가 이뤄진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내달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배터리에 대한 분석을 끝마치면 그때 다른 조사한 내용과 함께 검토해 화재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작업자들은 배터리 설치에서만 경험이 있었을 뿐 해체하고 옮기는 과정은 처음이었으며, 전기기능사와 전기기사 자격을 보유했음에도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에 대한 작업 전에 충분히 방전시켜 충전률을 낮춰야 한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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