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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
반면에 주(住)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도시화 때문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런던 파리등 외국의 대도시에서도 주택 부족으로 인한 곤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보통의 재화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의 균형점을 찾는다. 주택의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주택은 수요에 대응하여 손 쉽게 공급 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니라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단순한 논리를 무시하고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을 통해 적정가격을 유지토록 하겠다는 발상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과거에는 주택공급이 비교적 수월하였다. 서울 주변에 논, 밭등 주택공급에 쓸 수 있는 토지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묶여있는 그린벨트가 도처에 있었다. 맨땅에 집을 짓는 것이라 사업추진에도 큰 장애가 없었다. 실제로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계획된 분당, 일산등 1기 신도시 사업은 불과 5~6년이 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택공급은 점점 어려워졌다. 서울 주변에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가 부족해졌고 도시가 팽창하면서 교통, 상·하수도등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추진된 광교, 동탄 등의 2기 신도시 사업은 1기 사업보다 그 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난 약 12~13년 소요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는 현재 추진중이다. 이러함에도 나라의 위정자들은 눈앞에 닥친 집값 폭등을 잠재우기 위해 대규모 주택공급을 약속한다.
문제는 서울주변에 집을 지을 땅이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제는 재건축, 재개발 등을 통해 수십만호를 몇년 내에 공급하겠단다. 필자는 1993년에 그 유명한 강남 대치동에서 직장을 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직장 앞 대로변에는 "은마 아파트 재건축 추진"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강남의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분담금등 첨예한 이해관계로 30년이 훌쩍 지난 2025년이 되어서야 재건축 최종승인이 떨어졌다. 먼 훗날 공급될 주택으로 발등의 불을 끈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주택정책을 둘러싼 결론은 명확하다. 가장 중요한 건 수십년간 지속된 수도권 쏠림 문제의 해결일 것이다. 이제는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본사와 R&D 센터 등 양질의 일자리는 서울에 두고 생산시설만 지방으로 보내는 현재의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5대 기업의 본사가 전부 서울에 몰려 있지만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인 지엠, 포드, 클라이슬러의 본사는 뉴욕이 아닌 공장라인이 있는 미시간주에 위치해 있다. 독일의 벤츠와 포르쉐는 베를린이 아닌 슈트트가르트에, 프랑스의 푸조는 파리에서 한참 떨어진 국경 근처인 몽벨리아르 지역에 있다. 이것이 가능한 건 세제 혜택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다양한 주택수요분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십년간 지역균형발전을 연구해온 중앙대 마광래 교수의 주장대로 "베이비 부머시대가 서울이 아니라 고향인 지방에서 제 2의 삶을 살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 한다면 커다란 논란없이 전쟁 같은 집값 폭등 상황을 종식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집 사서 큰돈을 버는 구조 또한 개선해야 한다. 전국의 부자들이 사는 곳의 집을 팔고 똘똘한 집 한 채 찾아 서울의 상급지로 몰려들게 만든 "1가구 1주택에 주어진 각종 혜택"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음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선거에 끼칠 영향이 두려워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주저하는 건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닐 것이다.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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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