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43. 한국은 내우외환을 겪은 뒤에 오히려 번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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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43. 한국은 내우외환을 겪은 뒤에 오히려 번영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11-1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언젠가, 저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규칙 수용자(rule taker)'에서 '규칙 설정자(rule setter)'로 바뀌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오늘은 우리나라는 내우외환을 겪은 뒤에 오히려 번영을 이룬 역사적 사례가 많다는 점을 설명하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의 역사는 위기 이후에 개혁을 통해 성공적으로 번영을 이루어낸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통일신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통일신라는 당시 삼국통일을 위한 백제, 고구려와의 전쟁도 있었고, 당나라의 침입도 받았지요. 그러나 당세력을 축출하고, 지방 행정 구역 체계를 개편(전국을 9개의 주와 6개의 작은 도시로 나누었음)함으로써 신라의 통치와 문화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석굴암 불국사를 건립하는 등 문화 융성 시기를 맞았던 것이지요. 이때 해상무역도 활발했습니다.



고려시대에도 3차에 걸친 거란 전쟁이 있었는데, 강감찬의 귀주대첩이나 압록강 방어선을 정비하는 등 방어 체제와 문치주의를 강화했습니다. 문종 대를 중심으로 장기 평화가 유지되고 금속활자나 청자가 만들어지는 등 기술과 예술 면에서 탁월성을 보였고, 송나라나 일본과의 국제 무역도 활발히 전개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을 거치면서 나라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의 복구 과정에서 상당한 개혁이 이루어지었지요. 당시 대동법으로 공납을 쌀과 화폐로 일원화하여 조세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높였고, 균역법으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였습니다. 특히 영조, 정조의 탕평정치로 당파 싸움이 완화되었고, 상평통보로 유통이 확산해서 시장 자유의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실학과 농업기술이 국가 발달을 도모하였습니다.



현대에 와서도 한국전쟁은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고, 그로 인한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출주도와 중화학공업을 통한 산업화 전략으로 근대화를 앞당겼지요. 외자와 기술도입 그리고 관료 조직의 체계화를 통해 정책의 성과를 높였습니다. 따라서 80~90년대 제조업과 무역 강국이 되었고, 고등교육이나 보건 분야에 급성장을 이루면서 민주화도 함께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가장 단시일에 이뤄낸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사는 '위기 이후의 번영'이라는 성공 패턴을 보여준 사례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정론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는 위기 직후 국가 시스템을 재설계한 결과였습니다. 오늘날도 내외적으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이념 갈등, 불평등 그리고 인구 감소가 극심하고, 대외적으로는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상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는 국민 통합을 위한 대대적인 제도개선과 의식 개혁이 필요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선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정치권의 각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외교도 중요하지만, 상대 국가를 다변화하고 그들 나라에 연대와 통합,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계속 발신해야 합니다. 병행하여 기술·혁신 역량을 토대로 한 디지털 강국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기기 등 고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견고히 이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국민은 '한국'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겠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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