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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훈 고려대 교수 |
객석에 들어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무대 위에 배치한 '관객 참여형' 구조로 참신한 시도를 뛰어넘어, 고정된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가 지닌 일방향적 관람 구조를 재고(再考)하게 만드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무대를 만나게 된다.
무대 위 지척지간(咫尺之間)의 관객들은 무용수의 역동적인 몸짓에서 뿜어지는 가쁜 숨소리와 사뿐히 뛰고 내딛는 발디딤을 같은 공간에서 직관하며,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관람자는 더 이상 외부의 관찰자가 아닌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이처럼 현대 공연예술이 추구하는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의 한국적 해석이자, 지난 40년 동안 시민과 맺어온 관계의 재정의라 할 수 있다.
또한, 대전시민이 보내온 실제 사연을 대본과 연출에 반영하여,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정서가 아닌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시민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림으로써 춤이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미학적 성취를 이끌어냈다.
이는 '누구의 이야기인가'라는 서사의 주체성 문제를 건드리며, 40년간 시민의 사랑으로 운영되어 온 시립무용단의 존재 이유를 무대 언어로 답하는 메타적 성찰(Meta-reflection)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무대와 스토리 모두 관객과 무용수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경계를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지난 8월 5일 취임한 김수현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예술철학과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감독과 상임안무자로 추상적이고 정형화된 무용의 경계와 해체를 통해 공감의 확장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만날 수 있었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위계를 수평화하는 공간적 민주화를 기반으로 무용수와 관객의 시선을 마주 보는 포용적 예술형식으로 일방향성에서 상호성을 추구하는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을 예고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 공연은 단순한 시간적 의미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대전시민과 소통하고 맺어온 관계의 역사이자, 변화하는 예술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왔는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축축축 찬(讚)·Me'는 과거를 박제하는 대신, 과거와 현재, 무용단과 시민을 연결하는 살아있는 축제로 40주년을 재해석했다.
'축하하고, 축복하고, 찬미한다'는 공연 제목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대전시립무용단이 자신을 축하하는 동시에, 40년간 함께해 온 시민을 찬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 감사의 구조는 예술단체의 존재 가치를 명확히 한다. 무용단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지만, 동시에 시민의 삶과 이야기가 예술의 원천이 된다는 순환적 관계인식이다.
이번 공연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대전시립무용단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사전 공고를 통해 시민 사연과 특별석 관람객을 모집한 과정 자체가 이미 공연의 일부였으며, 이는 예술 창작 과정에 시민을 초대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이다. 창작의 민주화, 관람의 능동화, 공간의 공유화라는 세 가지 축(築)은 타 시립 예술단체에 공유할 만한 실천적 문화콘텐츠 모델이 될 수 있다.
'축축축 찬(讚)·Me'는 기념공연이 가져야 할 진정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성취한 수작으로 지나온 4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되 과거에 머물지 않고, 시민과 함께 다음 40년을 준비하는 무대, 이것이야말로 진정 대전시립무용단의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이유이다.
김광훈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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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