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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용 한남대 교수 |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첨단기술만으로 도시가 완성될 수 있을까? 지역 창업 활성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그 논의조차 기술스타트업과 투자 유치 중심이다. 수도권 대 지역이라는 첫 번째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 속에서, 기술 대 비기술이라는 두 번째 불균형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대전시 라이즈 5대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문사회와 로컬 영역의 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RISE 촉진형 지역현안 해결 및 꿀잼도시 조성'은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운영, 외국인 유학생 정주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생애성장형 직업·평생교육 강화' 프로젝트는 시민을 위한 평생교육과 재직자 역량 강화를 다루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 중심의 ABCD+QR 전략이 실제로 '살아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외적인 요소들이 필수적임을 대전시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전역세권 개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1조 300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대전역 동광장 일원에 주거, 업무, 판매, 숙박시설이 어우러진 복합도시공간을 조성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전역 인근 지역이 이미 로컬 창업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컬 상권 창출팀 모집사업'에 대전 중구가 선정되어 최대 55억 원의 지원을 확보했다. 기존 로컬기업을 중심으로 성심당 및 빵지순례라는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글로컬 푸드 앤 베이커리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대전은 '과학도시 대전'과 함께 '빵의 도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이 아닌 '지역 콘텐츠'와 '로컬크리에이터'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관광객을 유입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증거다. 대전역세권 개발이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진정한 '꿀잼도시'의 중심이 되려면, 바로 이런 로컬 창업 생태계와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인문사회·로컬 영역의 창업가들은 이 변화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까?
첫째, 첨단기술의 '휴먼터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AI와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며, 기술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은 사람의 몫이다. 이공계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기술이 실제 지역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로컬 창업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둘째, 지역현안 해결의 '현장 전문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쇠퇴한 구도심의 재생,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 고령화에 따른 돌봄 문제 등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주민들과 신뢰를 쌓아온 로컬 창업가들이야말로 이런 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다.
2026년, 대전이 진정한 '꿀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ABCD+QR의 첨단기술과 함께 그 기술을 지역의 삶과 연결하는 로컬 창업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유니콘 기업의 탄생만이 성공이 아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창업이 존중받는 생태계. 그것이 대전역세권에서, 라이즈 체계에서, 그리고 우리 지역 곳곳에서 꿈꾸는 창업의 미래다.
지역이 창업할 수 있어야 진짜 벤처국가이고, 모든 창업이 존중받아야 진짜 창업국가다. 2026년에도 그 길 위에서 함께하길 기대한다.
박정용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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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