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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민 포스텍 교수 |
성능이 떨어져 실험실 한편으로 밀려났던 유전자 부품을 다시 쓸 길이 열렸다.
포스텍 연구팀이 기존 유전자 조절 장치를 업사이클링해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부품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분야다. 차세대 바이오산업 핵심 분야로 꼽힌다. 유전자의 ON(켜짐), OFF(꺼짐)을 조절하는 RNA 기반 유전자 스위치는 크기가 작고 설계가 자유로워 차세대 바이오 센서, 세포 치료제, 생물 공장 등 응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유전자 스위치가 '정확하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가도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스위치를 꺼도 유전자가 미세하게 발현되는 누출 현상이 반복돼 정확한 신호 구분이 어려웠다. 또 장기적으로는 세포에 부담을 주고 스위치 자체의 안정성도 떨어져 결국 부품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연구팀은 성능이 부족한 부품을 버리는 대신 보완해 다시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SUPER(슈퍼) 플랫폼'은 인공적으로 설계한 small RNA를 기존 유전자 스위치에 추가해 불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수도꼭지에 패킹을 하나 더 끼워 물이 새지 않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방식의 핵심은 새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부품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유전자 스위치는 기존 대비 성능이 최대 1011% 향상됐고,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동적 범위는 최대 2만2000배까지 넓어졌다. small RNA의 양을 조절하면 하나의 유전자 부품으로도 다양한 반응 특성을 구현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세포 자살 스위치,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에도 적용했다. 킬 스위치는 유전자 치료나 생물 공정에서 예기치 않은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기존에는 미세한 발현 누출로 일부 세포가 살아남는 한계가 있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킬 스위치는 30일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화학 물질과 온도에 동시에 반응하는 이중 안전장치 구현에도 성공했다.
김종민 교수는 "SUPER는 기존 부품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업사이클링 기술"이라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구현한 만큼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의약, 생물 안전 기술, 산업용 미생물 설계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에는 허태양·박동원 공동 제1저자와 신우섭 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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