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윤희진 부국장 |
충청도식으로는 '개갈 안 나고, 모냥 빠지게 됐다.' 충남 논산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충남 보령 출신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얘기다.
충청 출신 여야 대표 시대를 열면서 충청에선 기대도 상당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중용의 충청 정치가 윤석열 정부 시절 내내, 그리고 12.3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얼어붙은 정치권을 녹이기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소유한 두 대표는 평행선을 걸었고, 초유의 '빙하기'를 초래했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두 대표 모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 승패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없이 당내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패전'의 책임을 물어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대표의 8·17 전당대회 출마 불가론이 확산하고 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정 대표의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하고, 어차피 떨어지니 전당대회에는 나서지도 말라고 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SNS를 통해 연이어 메시지를 내놓으며 미묘한 분위기가 확산하는 와중에 정 대표의 화답 메시지를 놓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면서 당 안팎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쌓였던 정 대표에 대한 여러 비판까지 겹치면서 '전당대회 전 사퇴 후 불출마' 요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충청 국회의원인 조승래 사무총장과 강준현 수석대변인 등 일부 지도부가 정 대표를 엄호하고 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거침없이 말을 내뱉던 정 대표는 즉답을 피하며 묵언 수행 중이다. 정 대표의 선택은 사퇴하고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거나 사퇴하고 출마해 재신임을 받는 두 가지 길 외엔 없어 보인다. 물론 별다른 행보 없이 대표 임기를 마치는 것도 있다.
원외 대표라 전자를 선택하면 정치적 행보와 진로가 불투명하고, 후자를 택할 경우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이른바, '명청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 대표와 청와대, 민주당의 출구 전략이 궁금하다.
당 안팎의 사퇴 압박 수위를 놓고 보면 임기가 내년 8월 말까지인 국힘 장동혁 대표 역시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서울시장과 경남지사를 지켜내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선전한 데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겹치면서 거셌던 사퇴 압박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물론 초재선 의원들과 몇몇 최고위원이 하루가 멀다고 지도부 총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만, 당내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집중됐던 국민적 비판이 정부와 민주당 등으로 확산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등장하자 장 대표는 사퇴 거부는 더 강해지고 있다. 선관위를 상대로 서울과 부산 등 6곳에 재선거 소청을 내는 것도 사퇴 요구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엄밀히 말하면 장 대표 입장에서 사퇴는 자리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도로 친윤', '윤 어게인', '부정선거' 등과 절연하지 않아 쇄신을 원하는 당내 분위기와 이른바, 합리적 보수층과 부딪치는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 등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당권 탈환 등 정치적 재기 가능성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 대표와 국힘의 출구 전략도 궁금하다.
어찌 됐든 시험대에 오른 정 대표와 장 대표에게는 결정할 때가 다가왔다. 혹독한 시련을 겪은 사상 첫 충청 출신 여야 대표 시대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씁쓸한 퇴장 요구에 직면한 두 대표는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될까.
윤희진 서울본부 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윤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