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백로(白)-이슬과 포도

  • 오피니언
  • 절기이야기

[절기이야기]백로(白)-이슬과 포도

  • 승인 2009-09-06 14:19
  • 신문게재 2009-09-07 7면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백로(白露). 투명한 이슬. 더운 여름 보이지 않던 이슬이 나타나니 눈으로도 가을인 줄 알겠다. 옛말에 이맘때 콩잎에 맺힌 이슬을 손으로 훑어 먹으면 속병이 낫는다고 일렀으니 이른 아침 콩밭에 가봐야겠다. 또 모르잖는가. 이명박 정부의 `대전은 없다'는 홀대로 생긴 속쓰림이 혹시 가실지도.

옛사람들은 이맘때 내리는 이슬에 약효가 있다고 믿었다.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는 백로 무렵 안명낭(眼明囊), 즉 눈 밝아지는 주머니를 매다는 풍습이 있다고 했다. 수를 놓은 비단주머니에 측백나무 이슬(柏露)을 따서 담는다. 이 이슬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여겼던 것이다. 한(漢)나라의 무제(武帝)는 이슬마니아였다. 신선이 되고 싶었던 그는 건장궁에 승로반(承露盤), 즉 이슬을 받는 넓적한 그릇을 설치했다. 승로반 한 가운데 50m가 족히 넘는 구리기둥을 세웠는데, 이게 선인장(仙人掌)이다. 선인장에 맺힌 선장로(仙掌露)가 승로반에 고이면 이를 가져다가 옥가루를 개어 마셨다.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 권한 비방이라 하니 믿음이 갔음직도 하다.

백로의 시식(時食)은 단연 포도다. 연산군이 승지가 올린 포도를 맛보고는, “얼음 채운 파랑 알이 달고 시원해/ 옛 그대로 성심에 절로 기쁘네/ 몹시 취한 주독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병든 위, 상한 간도 고쳐주겠네”라고 했다는 포도다. 선조들은 편지 첫머리에 “포도순절(葡萄殉節)에 기체만강하시고…”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바로 백로에서 추석까지의 시절이 포도순절이다. 오늘부터다.

오곡백과 익어가는 이 좋은 포도순절에 충청 사람들은 기체가 만강하지 못하다. 청와대와 총리내정자가 `세종시 수정론'을 잇달아 거론하며 심사를 어지럽혀 놓았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을 말하지나 말지, 통합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청와대와 사회적 갈등을 풀겠다는 총리내정자가 이미 공사에 들어간 국책사업의 진행을 주저하고 바꾸려들며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꼴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청와대나 총리가 봐야할 곳은 나라 전체이지, 기형적인 괴물로 커버린 수도권이 아니다. /안순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