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한로(寒露)-책 읽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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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한로(寒露)-책 읽는 계절

  • 승인 2009-10-07 16:26
  • 신문게재 2009-10-08 7면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다. 오늘은 제비와 기러기가 자리바꿈한다는 한로(寒露). 북에서 남으로 파도처럼 밀려가는 단풍에서 가을의 속도를 본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하고,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하늘이 높아지는 것과 말이 살찌는 것, 등불 아래서 책을 읽는 것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헤아리긴 어렵다. 청명하고 선선하고 단풍마저 손짓하는 이 놀기 좋은 계절에, 아마도 마냥 놀지만 말고 책도 좀 읽으라는 삶의 지혜를 담은 권고일 것으로 짐작할 뿐.

▲ 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한 안중근 의사도 책읽기로 치면 조선 중기의 시인 김득신(得臣)을 따라가지 못한다. 충북 괴산 사람인 김득신은 백이전을 1억1만3000번, 노자전 분왕 벽력금 주책 능허대기 의금장 보망장 등은 2만 번 읽은 것을 비롯해서 36편의 책을 1만 번 이상 읽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1억은 10만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렇다 쳐도 백이전을 11만3000번이나 읽었다는 것이니 대단한 독서광이 아닐 수 없다.

김득신은 어렸을 적 글을 읽고 깨우침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뎠다. 주위에서 저런 둔재가 어디 있느냐고 혀를 차면 득신의 아버지는 “저 아이가 저리 미욱한데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으니 대단하다”고 격려해 주었다. 득신이 20세 때 비로소 글을 한 편 짓자 아버지는 “더 노력해라. 공부란 꼭 과거를 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칭찬했고, 득신은 이 말을 듣고 기뻐서 물러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한다. 부모의 칭찬은 이처럼 둔재도 역사에 남는 독서광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반세기 넘게 시민들에게 책을 권해온 대훈서적의 부도 소식은 청천벽력이다. 독서의 계절에 향토서점이 무너지는 모습은 이런 아이러니도 없겠다 싶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훈서적은 근간 신간으로는 없는 책이 없는 거대한 도서관이자 독서실이었다. 시민들의 약속장소였고 지역문화의 산실이기도 했다. 모금운동을 벌이든 지역 기업이 인수하든 대훈서적을 회생시킬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오랜 친구를 이대로 보낼 순 없다.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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