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원칙을 잃어버린 도요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영철]원칙을 잃어버린 도요타

[목요세평]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승인 2010-03-17 14:04
  • 신문게재 2010-03-18 20면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요즘 전세계 경제의 단연 화두 중의 하나는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다. 도요타 자동차는 고품질, 고객만족의 애프터서비스, 저가를 내세워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산업화 시대의 선두주자 일본 주식회사의 상징이었다. 그러던 도요타였기에 다른 점도 아닌 품질에, 그것도 안전성에 치명적 약점을 지닌 브레이크부분과 가속페달에 대한 결함으로 리콜을 맞게 된 것이기에 더욱 더 세계 경제에 준 충격은 더했다.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여기까지는 워낙 큰 기업이고 세계무역협정으로 인해 생산의 다각화를 시켜놓아 메이드 인 재팬이 아닌 세계 각국에서 도요타 자동차를 생산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얼마 전 언론에 비춰진 도요타 자동차의 문제해결 방식은 도요타가 그동안 쌓아놓은 명성을 다시 한번 무너뜨렸다.

바로 '로비'다.

중앙일보가 2월 11일자에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도요타는 워싱턴의 글로벌파크 그룹을 비롯해 워싱턴의 일류 로비회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쓴 로비자금이 410만 달러라고 한다. 올해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로비에 쓸 전망이며 직원과 딜러까지 로비전에 투입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이미 미국 전 지역의 공장에서 23명의 직원을 선발해 워싱턴으로 보냈으며 딜러 60명도 워싱턴으로 갔다고 한다. 미국 직접고용 3만 4000명, 하청업체 포함 16만 4000명이 도요타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부각한다고 한다.

미국 ABC 방송에 의하면 최근 도요타 미국 자회사는 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민주-공화 양당 주지사 협회에 기부 했다고 한다. 이러한 액수의 로비자금이 리콜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워싱턴으로 흘러들어갔으며 도요타는 단순한 로비만으로 사태의 핵심을 피해가려 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불법적 로비자금이 수백억씩 왔다갔다 한다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 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도요타 정도의 규모에서 갖는 로비 자금치고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요지는 로비자금의 규모도, 로비를 했다는 부도덕성도 아니다.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점은 바로 정도를 걸어 성공한 도요타, 일본의 장인정신에 부패가 끼어들어 이 원칙이 훼손됐다는 점이다.

도요타가 어떤 기업인가? 연필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을 들여 만들고 자그마한 부품 하나를 만들어도 목숨을 걸고 만든다는 '잇쇼켄메이'의 정신으로 세계정상에 선 기업이다. 싼 가격, 애프터 서비스, 안전성,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은 고장이 안나는 자동차라는 것이 도요타의 명성이었다.

지금 도요타는 “한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는 워런 버핏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는 듯하다. 도요타는 정도를 걸었어야 했다. 제품의 질로 성장해 온 기업인 만큼 제품의 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로비 등의 외적인 해결방법 보다는 정공법으로 이를 해결했어야 했다. 제품을 회수하고 제품의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 이는 마치 암이 온몸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해 환자를 죽게 만든 의사나 다름이 없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 우리 사회의 현실과 미래가 오버래핑이 되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원칙이 사라지고 술수만 난무하는 사회라는 것은 필자의 주관적 판단일까? 교육에서까지 본질이 사라진지 오래고, 입시를 위해서라면 학생도 학부모도 심지어 학교까지 나서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도 용서받는 사회다.

윤리라는 과목이 천대받은지 꽤 오래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이 정당화되는 사회, 이익을 위해서라면 원칙을 버릴 수 있는 사회, 과연 그런 역사에 어떻게 그려져 왔으며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가 이루어지는 데는 몇 백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이것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몇 년의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