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545>후임자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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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545>후임자 ‘본능’

  • 승인 2010-06-23 15:37
  • 신문게재 2010-06-24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원수' 같은 관계 전임-후임 시장
후임자의 본능 전임자 정책 뒤엎기
후임자, 선택 결과에 책임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전임자 정책 뒤엎기’ 혹은 ‘전임자 흔적 지우기’는 후임자의 ‘본능’에 가깝다. 할 수만 있다면 전임자의 정책은 지우고 싶은 게 보통의 후임자들이다. 전임자가 폈던 시책을 폐기하고 뒤엎어버리고 싶은 게 후임자의 마음이다. 다산(茶山)은 전임 수령과 후임 수령의 관계를 전처(前妻)와 후처(後妻)에 비유했다.

“신관(新官)과 전관(前官)의 관계가, 전관을 곤경에 몰아넣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그러나 전처가 후처를 미워하고, 구장(舊將)이 신장(新將)을 미워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이다. 친구끼리 한번 자리를 교대하다가 원수가 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목민심서』

친한 친구도 원수 되기 십상인 게 전임과 후임의 관계인데, 두 사람이 정적(政敵) 사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대전시장에 앉게 될 염홍철 당선자와 그 자리를 물려줄 박성효 시장은 ‘정적’에 가깝다. 한때 두 사람은 공직의 선후배였으나 4년 전 시장자리를 놓고 맞붙으면서 ‘적’이 되었다. 그때 선거에서 이긴 박 시장은 염홍철 시장의 후임이 되어 시장자리를 이어받았다. 이번엔 염 당선자가 승자가 되어 다시 자리를 바꿀 차례다.

자리를 교대하는 두 사람이 정적 관계라면 후임자의 ‘전임 뒤엎기’는 그 강도가 더 높기 마련이다. 대전시에서도 전임 시장 뒤엎기 작업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듯한 분위기다. 염 당선자는 대전시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주요 정책을 바꿀 것을 지시했다. 성북동종합레저타운 계획은 아예 취소될 듯하고,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도 내용이 크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2호선도 본래 대전시가 추진하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가려고 한다.

대개는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으니 명분도 있겠으나 감정섞인 것이어선 안 된다. 염 당선자는 4년 전 선거에서 박성효 시장에 패한 이후 시정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그런 그가 다시 시정의 지휘봉을 잡았으니 ‘감정적 뒤집기’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후임자의 입장에선 ‘뒤엎기’가 아니라 ‘바로잡기’로 표현된다. ‘전임자가 잘못 벌여놓은 사업을 중단하고 폐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개중에는 정말 잘못된 사업을 바로잡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전임자 뒤엎기’냐 아니면 ‘바로잡기’냐는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행정도시 수정’ 문제도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상반된다. 행정도시를 추진한 사람들 입장에선 그것이 ‘전 정부 정책 지우기’일 뿐이지만 현 정부는 그것을 ‘바로잡기’라고 말한다.

염홍철 당선자는 전임 박 시장이 추진해온 주요 정책을 바꾸고 싶어하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상대를 노골적으로 배척하여 깔아뭉개는 스타일은 본래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임자 정책을 과감히 뒤집겠다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그것이 정책에 대한 확신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뒤집기 자체가 목적인지 시민들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되지 않을 게 뻔한 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면 성공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들 가운데 ‘전임자 뒤엎기’에 입맛이 당기는 사람이 있다면 각별히 유념할 충고가 또 있다. 다산은 “신임자의 명예가 갑자기 빛나는 것을 싫어하고, 전임자의 허물이 갑자기 퍼지면 또한 싫어하니 이것은 모두 화(禍)를 취하는 길이다”고 했다. 다산은 또 “내가 후임자에게 당하기 싫은 일은 내 전임자에게 베풀지 말아야 원망이 적다”라고 했다. 박성효 현 시장은 후임이 될 염 당선자의 뒤집기가 불만이라면 자신의 4년 전을 뒤돌아보아야 하며, 염 당선자는 4년 뒤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학공원재창조사업을 대폭 수정하든, 지하철 종류와 노선을 확 변경하든 새 시장이 될 염홍철 당선자의 선택에 달렸다. 뒤엎거나 바꿀 권리가 그에겐 있다. 하지만 후처를 질투하는 전처의 심정으로 대전의 미래를 뒤집는 것이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바꾼 사람이 져야 한다.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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