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영화 '시'<사진>가 주목받는 이유는 칸 영화제에서 비중있는 상을 받았다거나,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을 끄는 소설가 출신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며 60~70년대 유명배우 윤정희씨가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라는 가십성 화제 때문만은 아니다.
제목 자체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는 힘에 부쳐 보였다. 이야기 역시 탄탄한 극적 구성이나 후반부의 치밀한 반전 같은 흥미요소를 갖추지 못했다. 더구나 주연배우 윤정희씨의 이름을 기억하는 관객은 최소한 40대 이상이어서 영화의 주요 소비계층인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에도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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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상이 주로 흥행, 물량위주의 상업영화를 중심으로 시상되는데 반하여 칸 영화제는 베를린, 베니스와 더불어 유럽 3대 영화제로 자리잡는 동안 예술성, 관객과의 소통, 제3세계 영화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우리 영화가 칸을 비롯한 여러 유럽영화제에서 그동안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향에 힘입은 바 크다.
1960년대 초반 영화 '마부'로 김승호씨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았던 기억은 유럽 영화계의 오랜 전통인 다양한 시각과 관심, 삶을 아우르는 깊은 시선을 보여준다.
영화 '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영화를 포함한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미덕을 유지할 터전을 넓혔다는 데 있다. 문화의 시대, 문화산업, 문화예술경영 같은 개념이 확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문화예술은 흥행이 되는, 즉 다수 대중의 기호와 선택에 영합하는 쪽으로 크게 쏠려 가는 중이다. 문화분야 투자는 이즈음 수익성 높은 경제효과를 동반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화는 그 특수성과 다양성을 보존할 때 경제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복합성이 있다. 더구나 문화는 다양성이 보장될 경우에만 가치와 매력을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2005년 10월 유네스코가 채택한 '문화다양성 협약'은 의미있는 발걸음이었다. 획일화, 정형화된 세계와 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인계층의 문화와 젊은이 문화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다양성 보존과 문화간 대화·소통이야말로 미래지향의 문화가 나아갈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시'는 영화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공로가 크다. 67세 여배우가 노년의 아름다움, 연륜의 힘을 꾸밈없이 발산하였고 이런 제목, 이런 주제로도 영화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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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