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세상]대전에 무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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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과 세상]대전에 무궁화가…

  • 승인 2010-08-25 14:18
  • 신문게재 2010-08-26 21면
  • 이응국 주역학자·홍역사상연구소장이응국 주역학자·홍역사상연구소장
한밭수목원에 무궁화(無窮花) 나무가 심어져 있다 하길래 반가운 마음에 구경하러 갔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선명(鮮明)하게 피어난 무궁화가 때마침 만발하고 있었다. 가을 문턱에 들어서 꽃을 피우니 무궁화는 이래서 가치가 있다. 봄꽃들과 아름다움을 다투지 않으니 그저 사람들과 시비곡직을 다투지 않는 고고한 군자의 상징이다. 그러다가 삼복염천에 꽃피운다.

모든 꽃들이 자취를 찾기 어려운 때에 우아한 자취를 드러내는 것이다. 비록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란 별명이 붙은 것처럼 '무궁화는 하루에 영광을 이룬다[槿花一日成榮]'는 백락천의 말처럼, 무궁화는 하루 사이에 피고 진다 하지만 나무 전체로 볼 때는 대개 칠월에서 시월까지 백일이상 영광을 차지하니 그 자태가 당당한 것이다. 만발한 꽃들 중에서도 역시 하얀색의 무궁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섯 꽃잎 가운데 우뚝 솟은 꽃술, 붉은 색이 은은히 비치기에 백색단심(白色丹心)이라 한다. 하얀색은 우리 민족의 상징성이랄까? 『시경』에서 '안여순화(顔如舜華)'라 하니 순화(舜華)는 무궁화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하얀 꽃으로써 아름다움을 간직했기에 그때 사람들은 칭송했을게다. 무궁화의 미덕을 찬양하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어찌 다 표현하랴!

무궁화는 국화(國花)다. 옛날부터 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무궁화는 씨앗이 태극 모양이다. 태극의 이치는 양이 극하면 음이 생하고 음이 극하면 양이 생한다. 기운의 유행이 끝이 없으므로 태극은 무궁(無窮)함을 뜻한다. 이래서 무궁화라 이름삼은 것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 민족이 영원무궁함을 노래한 것은 바로 태극사상을 노래한 것이다.

태극사상과 더불어서 무궁화는 우리민족의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단군조선시대 때부터 하늘꽃(桓花)이나 천지화(天指花)란 이름으로 거리 곳곳에 심어졌고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무궁화 잎이 손가락과 같은 다섯 개 모습이므로 '천지(天指)'라 불렀을 것이다.

다섯 잎 속에 꽃술 하나가 솟았으니 태극에서 오행이 생하는 이치다. 당시의 젊은이[國子郞]들은 머리에 무궁화를 꽂고 다녔다. 이 때문에 그들을 '천지화랑(天指花郞)'이라 불렀다. 신라 화랑도(花郞徒)가 이들의 정신을 계승했다. 화랑도의 '화(花)'자가 무궁화를 가리킨 것인데, 그들도 단군시대 '천지화랑'들이 머리에 장식했던 무궁화를 역시 달고 전통을 따른 것이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도 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는 '무궁화 나라'였다. 이 시절 당나라에 보낸 국서(國書)에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나라'라 표기 할 정도로 우리의 대표적 상징물이었다. 임금이 장원급제자에게 주었던 존귀한 꽃이 또한 무궁화다. 어사화(御史花)라 말하는데, 문관에게는 33송이를, 무관에게는 28송이를 달았다. 급제한 사람은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화려한 삼일유가(三日遊街)의 길을 떠났으니 이 또한 '천지화랑'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태극에서 오행의 꽃을 피우는, 그리고 무궁한 덕이 서린 무궁화! 가을의 후천시대에 만발하니 이것이 바로 태극의 이치다.

사실 필자가 수목원에 가서 무궁화를 보려한 이유는 굳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함이 아니요, 대전이라는 곳에 '무궁화 나무를 심었다'는 소문이 반가워서 찾아간 것이다. 대전이라는 곳은 태극의 정기를 듬뿍 받은 곳이다. 계룡산이 산태극 수태극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이곳이 태극의 정기를 간직한 곳이라면 대전은 태극의 꽃을 피우는 곳이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은 대전을 태전(太田)이라 불렀다. 태극의 정기를 간직한 태전에 태극을 상징하는 무궁화가 심어졌다니 필자에게는 예사로 보이지 않은 것이다. /주역학자·홍역사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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