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욕망의 엘리베이터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우난순]욕망의 엘리베이터

[직선곡선]우난순 교열팀장

  • 승인 2010-09-06 14:24
  • 신문게재 2010-09-07 21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엘리베이터는 자본주의적 문명의 이기로 일상의 일부분으로서 편리한 이동을 도와준다. 엘리베이터는 권력과 욕망의 상징이다. 엘리베이터는 빠르다. 그래서 수직적 상승을 향한 맹목적 욕망에도 불구하고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한다. 욕망 덩어리를 실은 채 한순간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우난순 교열팀장
▲ 우난순 교열팀장
8·8 개각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자들은 수직상승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짜릿함을 맛볼 찰나 하차해야만 했다. 권력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얼마전 40대 장애인의 서대전네거리역 추락 은 자의였을까, 단순한 사고였을까? 그도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이 주는 안락함을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소장수 아들'이었던 후보자의 권력에의 욕망에선 한참 비껴갔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엘리아스 카네티의 “살아남는 순간은 권력의 순간이다”라는 명제 앞에서 3인의 후보자와 장애인은 어떤 이유로든 철저히 배제됐다.

송경아는 그의 소설에서 엘리베이터를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타락과 부패의 기성권력의 축소판으로 묘사했다. 세상처럼 넓고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욕망에 휩싸인 인간들은 무력하게 그 가속도에 몸을 내맡긴다. 허나 가수 박진영에게 엘리베이터는 청춘의 건강함을 상징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젊은 남녀의 성적 욕망의 격렬한 몸짓은 남녀관계의 권력구도 같은 것은 고민할 필요없이 몸이 명령하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다.

분명한 것은 권력은 인간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혐오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들도 권력을 쥐면 권력의 논리에 종속된다. 알랭이란 학자는 특히 “엘리트는 권력을 행사하도록 숙명지워졌기 때문에 부패도 숙명지워졌다”고 말했다. 알랭의 논리대로라면 3인의 낙마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해도 된다는 걸까? 권력욕에 파묻혀 '그까이꺼 대충' 위장전입하고 투기하면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다가 추락하면 또다시 올라타고…. 천형을 받은 시지프스의 숙명마저 엿보인다.

멸시당하고 치욕을 감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권력을 획득하려는 욕망은 타인으로부터 멸시당한 경험에 대한 반작용으로 성립한다고 한다. '소장수 아들'이라는 닉네임(?)은 김태호의 과거의 경멸에 대한 복수의 빌미였겠다. 허나 장애인에겐 현실의 치욕을 복수할 엘리베이터 탑승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라며 김영하는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을 통해 고민한다. 우리도 그 장애인이 왜 지하철 엘리베이터 문을 들이받았는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우난순 교열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