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봉]공수법 인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태봉]공수법 인사

[교육단상]이태봉 충남여고 교장, 수필가

  • 승인 2010-09-07 14:11
  • 신문게재 2010-09-08 20면
  • 이태봉 충남여고 교장이태봉 충남여고 교장
“전체 일어섯! 공수, 선생님께 배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 학급 대표의 구령에 맞추어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렇게 인사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종료 벨이 울리면, 앉은 상태에서 공수 자세를 취하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한다. 인사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겠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어서 학교 경영자로서 근무하는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아이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선생님과 마주칠 때, 공손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예쁜 학생도 있지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성의 없이 하는 학생, 못 본 체 외면하고 지나가는 학생, 고개만 까딱 하는 학생 등 다양하다. 어떤 때에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인사하는 습관이 제대로 들지 않은 학생이 너무 많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쓸모없는 지식만 머릿속에 가득 집어넣으면 무엇에 쓸까 하고 걱정될 때가 많다.

공수법 인사는 우리의 조상들이 오랫동안 해온 전통 예절이다. 큰 절을 올리기 어려운 장소에서 웃어른을 뵈었을 경우,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등에,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등에 가지런히 모은 다음 복부 배꼽 부근에 가볍게 놓은 뒤, 등을 30도 정도 구부려 정중히 예의를 나타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수 인사법을 가르치면, '그것 백화점 안내원들이 하는 인사인데요'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좋아. 백화점 안내원들이 고객에게 왜 그렇게 인사하지?”라고 반문하면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신통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 이유는 고객을 정중하고 깍듯하게 모시겠다는 마음을 그런 인사법으로 표현하는 거야. 여러분도 등하교시에 부모님께 그렇게 인사해 보세요. 용돈의 액수가 달라질 거예요. 선생님에게도 늘 공수로 인사 해봐요. 여러분의 생활태도도 달라지고, 성적도 쑥쑥 올라갈 겁니다. 이웃 어른들에게도 공수로 인사해 봐요. 아무개 자녀 잘 두었다고 칭찬이 자자할 거예요.”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사고(思考)를 통해 행위가 수반되지만, 올바른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잘못된 사고도 전환할 수 있다. 형식은 내용의 존재방식이므로, 공수법 인사가 몸에 배면 어른 공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구글'이라는 검색 업체라고 한다. 그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재 선발 조건이 3가지인데, '내적 동기가 풍부한 사람, 겸손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이다.

성서에도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어느 곳에서든 대우 받고, 환영 받는 겸손한 사람을 양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원평가, 교장 초빙제 확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교를 흔드는 외풍이 요란스럽고 거세다.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고 존경하지 않으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사가 가르치는 교과 내용을 불신하고, 지도에 불응하여 대들고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혼냈다고 학부모가 교무실에 와서 난리를 피우는 이런 학교의 현주소를 교사의 무능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교권 확립을 위한 사회적 제도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실의와 절망감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이를 극복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이라고 봐도 좋고, 절규라고 해도 무방하다. 더 나아가 무너진 교실을 회복하고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큰 뜻이 있다고 확대 해석하면 더욱 고맙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