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556>‘내거(內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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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556>‘내거(內擧)’

  • 승인 2010-09-08 17:38
  • 신문게재 2010-09-09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공정한 진나라 대부의 ‘아들 천거’
장관 딸과 충남도의회 전문위원
‘쓸모없는 자리만들기’가 더 문제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친인척 또는 친분있는 사람을 기용해 쓰는 것을 ‘내거(內擧)’라 한다. 반대로 친분과 상관없이 쓰면 ‘외거(外擧)’가 된다. 보통 ‘내거는 안 될 일’이라고 여긴다. 요즘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딸 특채 파문도 내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말해준다.

하지만 내거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진(晉)나라 대부 ‘기해(祁奚)’는 요즘 말로 ‘공정한’ 인물이었다. 그가 물러날 때가 되자 임금은 그에게 후임을 추천하라고 했다. 기해는 자신과 원수처럼 지내는 ‘해호’라는 인물을 천거했으나 해호가 바로 세상을 떴다. 임금은 다시 추천할 것을 당부했다. 기해는 이번에는 자기 아들을 천거하여 후임으로 삼았다.

사람을 쓸 때는 밖으론 원수(怨讐)라도 가리지 말고, 안으로는 친족이라도 꺼릴 이유가 없다는, 이른바 ‘외불피구(外不避仇)-내불피친(內不避親)’의 용인론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내편 네편 안 가리고 오직 인재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케네디도 ‘내불피친’의 과감한 실천자였다. 미 대통령이 된 그는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언론이 ‘정실인사’라고 비판하자 대통령 형은 “바비(동생 로버트의 애칭)가 변호사 개업을 하기 전에, 몇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응수했다. 해명은 솔직했으나 분명 낯두꺼운 인사였다.

나중 그게 용서가 된 것은 동생이 쓸만한 재목이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 재학중 2차대전이 일어나자 휴학하고 해군에 입대한 동생이었다. 그는 형의 대통령 선거운동을 도왔고, 법무장관이 되어서는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법무장관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형이 암살된 뒤 나중 자신도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 그 역시 암살의 희생자가 되었지만.

‘내불피친’은 가능한 인사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아들 딸이든, 형제든 반드시 인재라야 쓸 수 있다. 인재도 아닌데 그냥 내 식구 밥그릇이나 챙겨주려는 것은 공직을 몰래 훔치는‘공적 범죄’에 다름 아니다.

‘내거’가 가능한 경우라고 해도 대상자가 정말 인재라는 게 증명될 때까지는 오해를 감수해야 한다. 오해를 피하려면 기해처럼 ‘안’이 아니라 먼저 ‘밖’에서 사람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외통부는 유 장관 딸을 채용하기 위해 그녀에게 점수를 더 많이 주는 ‘작업’을 벌여야 했다.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야 했으니 그의 딸이 남들보다 나은 인재는 분명 아니었다.

불공정한 ‘내거’는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사권을 쥘 정도면 자신의 아들 딸보다는 선거 공신들을 공직에 심는 데 주력한다. 자식이든 측근이든 주민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으로 월급 주는 건 같다.

전임 지사 시절 ‘내거’로 들어왔던 충남도의회 소속 간부 공무원 한 명이 최근 특채 파문 속에 사표를 냈다. 심적 부담 때문이라면 아쉽긴 하지만 제법 ‘절도’가 있는 사람 같다. 그럼 후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그 자리는 일이 별로 없는 자리다. 이번 기회에 더 시급한 부서로 TO를 넘기든 없애든 하는 게 낫다.

내거의 공정성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불필요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자치단체마다 빼놓지 않는, 무슨 정책특보니, 일자리 특보니 하는 게 대개 이런 것들이다. 또 지방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자꾸 만들어 측근들을 불러들인다. 그래도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임 시도지사의 내거 출신들을 쫓아낼 궁리를 한다.

염홍철 시장도 취임 초에는 '전임 시장의 내거들은 나가라'는 듯이 말했다가 요즘엔 말을 바꾸고 있다. 이들에겐 오직 내 사람을 어떻게 심느냐가 문제일 뿐 그가 ‘기해의 아들’이 될 만한 사람인지는 관심 없다. 공무원 공채 시험으로 뽑힌 공무원들은 이른바 ‘외거 정규직’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는 ‘외거’만을 내세워 ‘내거’ 출신들을 미운오리새끼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것도 가소로운 일이다. 당당히 시험 쳐서 들어온 ‘정규직’이라 한들 일하는 게 시원찮으면 주민들에게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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