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초록 머금은 섬… 보령 죽도 상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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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초록 머금은 섬… 보령 죽도 상화원

섬 감싸는 1㎞ 회랑 걸으면 왼편엔 초록의 싱그러움 오른편엔 푸르른 상쾌함 가득 섬의 주인 한옥의 당당한 풍채, 알알이 조상의 얼 숨 내쉬어

  • 승인 2016-07-14 19:58
  • 신문게재 2016-07-15 9면
  • 박희준 기자박희준 기자

여행은 무엇인가. 그것은 관광과 다르다.
한자에 나타나듯이 관광은 구경하는 것이고, 여행은 움직이는 것이다.
몸으로 낯선 공간을 만나는 것이 여행이다.

-김찬호 「몸으로 세계를 만날 때」『눌변』 (문학과 지성사, 2016)중에서


섬 전체가 정원이라면? 울울창창한 나무 사이로 넘실대는 바다가 두 눈 가득 채워진다면?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휴가지를 찾는다면, 서해안 끝자락. 여기 흔한 카페하나 없이 오로지 자연만을 벗 삼은 섬이 있다. 보령 죽도에 위치한 '상화원'(尙和園)에서는 이 모든 로망이 실현된다.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욱 소중한 섬. 며칠간 계속된 장맛비에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서해바다를 걷고 싶다면, 보령 상화원으로 떠나자.

▲지켜냈기에 더 소중한, 자연의 선물=섬이면서 섬이 아니고, 바다이면서 한없이 높다란 하늘이고, 하늘이면서 드넓은 바다. 상화원은 사방이 풀과 나무로 가득 찬 '비밀의 정원'이다. 누구나 가 닿을 수 있지만 아직은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물기에 더욱 푸르러졌을 지도 모른다. 원래는 대나무가 많았다던 죽도라는 섬은 이젠 상화원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바다 한가운데 자리했지만 육지와 연결되어 드나들기도 편하다.

20년 전, 홍상화 작가는 죽도에 상화원이라는 한국식 정원을 만드는 밑그림을 구상했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서해안에서 활발히 이뤄진 간척사업으로 죽도의 섬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절반이 메워질 뻔한 것이다. 다행히 간척사업이 죽도를 피해가기로 결정 나면서 상화원은 깨끗한 바다를 고스란히 껴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애틋했을까. 섬 전체 세세한 부분까지도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까지도 모두 피해서 길을 냈다. 날 것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단지 기다릴 뿐이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싱그러움=상화원 입구에 들어서면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지붕형 회랑(回廊)이 있다. 1㎞ 남짓 거리로 섬을 감싸고 있는 이 길은 눈비가 와도 해변 일주가 가능하다. 언뜻 보면 섬 둘레를 따라 단순히 길을 낸 것 같지만, 완성하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등성이가 높아지면 함께 높아지고 방향이 바뀌면 틀고 커다란 나무를 피해 바닥을 뚫고 길을 냈다. 돌 하나도 깎고 다듬어지지 않은 산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기에 상화원은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길을 내어준다. 회랑을 걷다보면 곳곳에 쉼터가 눈에 띈다.

언제든 쉬어갈 수 있고 해변독서실에서는 책 한권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겠다는 설립자의 의지는 단 하나의 쓰레기도 발을 못 붙이게 했다. 섬 내에 카페나 식당이 조성되어 있지 않지만 길 곳곳 아이스박스에 여행객의 목을 축여줄 생수가 마련되어 있다. 길을 따라 길게 조성된 연못은 바다풍경과 더해져 운치를 더한다. 길 왼편에는 초록빛 싱그러움이, 고개를 돌리면 푸르른 상쾌함이, 눈을 감으면 바닷바람이 코를 간질인다.


▲한옥, 여백의 미=예전 죽도에서는 일부 원주민들이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었다. 대나무 숲과 함께 11세대 정도가 산등성이에 계단식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던 곳.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옛 가옥들이 상화원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다. 입구에 있는 의곡당을 포함해 총 9채의 한옥이 상화원으로 건너오면서 풍경의 운치는 더해졌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한옥들의 당당한 풍채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주춧돌 하나, 주변에 심어져 있던 나무 한 그루까지 그대로 옮겨 심었다.

복원과정에서 손상된 부분의 자재를 찾기 위해 강원도 삼척부터 지리산 줄기까지 몇 년을 돌아다닌 노력에 의해 다듬어졌다. 흉내만 낸 것이 아닌 알알이 들어차 있는 조상의 얼이 그대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고 있는 계단식 대지 위에 우뚝 선 한옥들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덧 길이 끝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길게 이어진 회랑은 또 다시 누군가의 발길을 허락할 것이다. 자연을 지키려는 수고로움은 처음과 끝이 같은 회랑처럼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가는길=대전에서 출발한다면 '북유성대로→남세종IC교차로→서공주분기점→동서천분기점→무창포 IC→남포방조제→죽도'의 경로로 이동한다. 내비게이션에 '상화원'을 검색해도 나온다.

▲먹거리=상화원 입구에서 가까운 죽도보물섬횟집에서는 탁 트인 바다 풍경과 함께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곁들이 안주가 부담스럽다면 회와 매운탕만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2층에는 후식으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여행 Tip!=기존 토요일만 개방되었던 상화원은 올해부터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에 개방한다. 여름철(7~8월)에는 평일에도 개방한다. 요금도 8000원에서 6000원으로 낮춰 부담을 줄였고, 보령시민과 경로우대, 장애인, 미취학아동, 단체(30명 이상)는 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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