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의 역습… 결국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나

  • 정치/행정
  • 충남/내포

신도시의 역습… 결국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나

  • 승인 2016-07-28 15:13
  • 신문게재 2016-07-28 5면
  • 내포=유희성 기자내포=유희성 기자
이주민에게 구박받는 내포신도시 원주민… 냄새난다 지적에 죄인된 느낌

“축사 냄새 미안하지만, 대대로 살아온 우리 터전인데” 하소연

아파트 숲에 용봉산 조망권 뺐기고, 신도시 집단에너지시설 위해 친환경 농작물 걱정할 판



▲ 논과 밭, 축사가 있는 초록빛의 홍성군 홍북면(예산군 삽교읍) 농촌 마을과 이를 일부 개발해 아파트 숲이 돼버린 흙빛의 내포신도시, 멀리 용봉산이 한 눈에 보인다.
<br />원주민들은 용봉산 조망권 실종과 신도시 냉난방을 위한 집단에너지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 축사 냄새로 인한 눈치 등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포신도시 출범 5년이 지난 시점, 이제는 원주민들이 변화 요구를 감내하는 처지다./충남도 제공.
▲ 논과 밭, 축사가 있는 초록빛의 홍성군 홍북면(예산군 삽교읍) 농촌 마을과 이를 일부 개발해 아파트 숲이 돼버린 흙빛의 내포신도시, 멀리 용봉산이 한 눈에 보인다.
원주민들은 용봉산 조망권 실종과 신도시 냉난방을 위한 집단에너지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 축사 냄새로 인한 눈치 등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포신도시 출범 5년이 지난 시점, 이제는 원주민들이 변화 요구를 감내하는 처지다./충남도 제공.

이주민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내포신도시에서 설 곳을 잃은 원주민들 얘기다.

요란하게 땅을 파재키더니 용봉산 앞 우리 동네는 통째로 사라졌다. 남은 주민들은 어디서나 지켜보던 용봉산을 이제는 볼 수 없다.

도청 산하기관장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내포신도시의 삭막한 아파트 숲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용봉산 조망권은 일부 아파트 로얄층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

자신들의 집단 냉ㆍ난방을 위해 우리 농ㆍ축산물은 포기해야 할 처지다. 축사 냄새가 심하다는 구박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억울하다. 여긴 우리가 수십, 수백 년을 지켜온 우리 동네다. 이제는 내포신도시로 불리는 홍성군 혹북면 일대는 원래 논과 밭, 축사들이 있던 시골 동네였다.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앞에는 농장들과 푸른 들판, 뛰어노는 말도 있었다.

홍성 사람들이 과거 덕산온천을 갈 때 경치를 구경하며 힐링하는 그런 동네였다. 마을 사람들은 저녁이면 나무그늘 밑 평상에 모여 막걸리 한 사발 하면 그만이었다.

대대로 고향을 지켜온 30대 청년 김씨는 참기만 하는 동네 어르신들을 대표해 한 마디 했다.

그는 “우린 대대로 이곳에 살았고, 용봉산도 보였으며 축사 냄새도 시골이면 원래 나는 것으로 알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도청이 오더니 아파트만 솟아나고 용봉산은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 슬그머니 집단에너지를 공급한다고 환경오염 걱정까지 하도록 하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권리 주장을 좀 해야 한다는 김씨다.

충남도와 주민들에 따르면 내포신도시는 지금 축사 냄새와의 전쟁 중이다.

밥을 먹다가도 냄새가 나는 탓에 일부는 숟가락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창문을 닫자니 더운 날 에어컨이 없어 더 화가 난다는 주민들의 설명이다.

도와 홍성군은 냄새 방지를 위해 29일까지 특별지도활동일 벌인다고 겉으로는 대대적 홍보활동을 펼치면서도 속으로는 “공기 중으로 퍼지는 냄새를 어떻게 막느냐”고 토로하는 상태다.

다만 축산과 직원들은 “전보다는 (냄새의 정도가)나아지지 않았냐”는 정도로 위안을 삼고 있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내포신도시의 집단에너지시설 연료 문제도 주민들은 관심사다.

폐기물 고형연료(SRF)를 사용한다는 업체와 뒷짐 진 일부 관계자들, 이건 또 괜찮다는 이주민들 사이에서 원주민은 “바라는 게 뭐냐”는 오해까지 받고 있다.

원주민들이 원하는 건 협상안 제시가 아닌 오염물질 원천 차단이다.

심란한 건 평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갈 원주민들이다.

한 60대 농장주는 화도 냈다가 미안하다고도 했다가 기분 변화가 심하다.

그는 “똥 냄새 나니께 미안허지 당연히, 근디 어츠겨 원래 냄새가 나는 동넨디. 물르고 왔간? 나도 최대한 깔끔허게 하고 있어 너무 뭐라고 허지 말어”라고 하소연 하면서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구먼, 에이 내가 떠나야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포신도시 주변 반경 5㎞ 이내에는 448농가 25만 1000여 마리의 돼지, 소, 닭 등 가축이 자라고 있어 신도시 출범 후 5년여 째 갈등이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2.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3.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4.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5.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1.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2.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3. 생활고 이유 대전서 초등생 딸 살해하려 한 부부… 검찰 징역 12년 구형
  4. 4년 만에 권력교체 된 충남도의회… 민주당 중심 원구성 윤곽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성종상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하는 영국 정원문화 답사' 2편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되는 가운데, 시장과 기관장 임기를 맞춘 현행 조례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 교체기 마다 불거졌던 전 현직 인사 갈등 해소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시장 임기에 맞춰 기관장이 교체되는 구조가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정 발전을 위해 전문성이 최우선 돼야 하다는 자리지만 이른바 '선거 공신'들의 낙하산 인사 자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관련 조례 적용으로 민선 8기 이장우 시장과 임기를 함께..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기간 대전·세종 지역 장애인 투표 과정에서도 선관위 준비·대응 미숙으로 혼선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실(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지난 지선 기간 시각장애인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6개 지역에서 투표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전의 한 투표소에선 투표보조용구 점자 오탈자로 시각 장애인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에선 투표보조 제도 안내 당시 직원이 시각장애 선거인이 아닌 동행인에게 안..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