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웃死寸(사촌)'이 씁쓸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이웃死寸(사촌)'이 씁쓸해

  • 승인 2019-08-06 13:50
  • 신문게재 2019-08-07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딱, 딱, 저놈의 공 때리는 소리, 듣기 싫어~!"

지난달 중순께 대구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장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다름 아닌 '이웃'의 주민이었다. 50대 방화범 A씨는 이날 실내골프장 2층 계산대와 1층 주차장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후 불을 질렀다. 이 불로 A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이튿날 끝내 숨졌고, 실내골프장 업주 내외도 큰 화상을 입었다. 문제는 7년 전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골프연습장이 A씨가 살던 방 벽면과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골프장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불면증도 심했다는 것이다. A씨 방에는 벽간 소음 때문에 힘들었던 내용이 담긴 A4용지 5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한 것이다.



A씨 입장에서 옆집 실내골프연습장은 공 때리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 그 순간부터 '이웃'이 아니었을 것이다. 파멸을 자초하면서까지 이웃에게 반감을 드러냈던 A씨의 마음이라면 더 이상은 보편적 개념의 이웃은 아니게 된다. 이웃, 더 나아가 '이웃사촌'은 서로 가까이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간이나 다를 바 없는 관계를 말한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이 대한민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1일 대(對)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지난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2차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위안부를 비롯해 학도병, 징용 등 정치적 쟁점에 대해 경제까지 손을 댄 일본의 행태가 치졸하고 야비하다. 이제껏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은 계속됐지만 이를 경제와 결부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도발로 한국과 결별을 택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비겁한 방법으로 맞대응하는 게 옳을까… 생각해 볼 문제다. 기원전 1750년 고대국가 바빌론 통치를 위한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율법이 전해진다.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하는 것을 비유하거나 되돌려주기의 부정적 의미로 현대에 들어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본뜻이 한참 왜곡된 해석이다. 한 개 손해 본 것 이상의 '과잉복수'를 해선 안 된다는 게 진짜 의미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괘씸하기 이를 데 없다. 이판사판 심정으로 몸에 기름 붓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고만 싶다. 하지만 방화범 A씨처럼 행동하기에 우리는 이미 가진 게 많고 무모하지도 않다. 사태가 심각할수록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얻을 것 보다 잃을 게 더 많은 국제관계 속에서 뭉근한 움직임으로 '비기는 싸움'을 하는 게 진짜 이기는 방법이다. 부디 이웃사촌(四寸)이 '이웃死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1.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2.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