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77. 폴리페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77. 폴리페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8-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딸이 결혼한 곳은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웨딩홀이다. 주례는 사위의 은사이자 전직 장관이었던 분이 해 주셨다. 서울대 교수이기도 했다는 주례 선생님 덕분에 딸의 결혼식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주례 선생님이 폴리페서였는지의 여부는 확인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폴리페서(polifessor)는 대학 교수직을 발판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행태를 보여, 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영어에서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의 합성어다.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실현하려 하거나, 그러한 활동을 통하여 정계 또는 관계에서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가리킨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빚어진 신조어이며, 이들은 깊은 학문적 소양과 전문성을 정치에 접목하여 사회발전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교수직을 유지한 채로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면 장기 휴직을 하고, 낙선되면 다시 강단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관련법을 악용하는 등 도덕성이나 양식을 저버린 행동을 하는 사례가 잦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경향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었으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들의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규제하기 위하여 윤리규정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와 유사한 용어로,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성한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도 있다. 이는 언론 활동을 바탕으로 정계와 관계 진출을 시도하는 언론인을 가리키는데, 폴리페서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의미가 다분하다.(이하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나지홍 조선일보 경제부 차장은 8월 6일자 [동서남북] 칼럼에 "조국이 훼손한 선배들의 전통"이란 글을 올렸다.

= "(전략) = 자신이 비판했던 폴리페서(polifessor)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조국(이하 조 교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선출직과 임명직 공무원의 분리'라는 기묘한 논리를 폈다.

자신이 2004년과 2008년 서울대 대학신문 기고에서 비판했던 대상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선출직 공무원이었을 뿐, 임명직 공무원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중략)

휴직이 가능한데도 사표를 냈던 한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대 교수라는 지위를 자신의 입신양명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교육자의 양심과, 내 휴직으로 피해를 보는 다른 교수·학생들에 대한 예의였다."

교육자의 품격과 무게가 느껴진다. "(임명직을 마치고 복귀하면) 훨씬 풍부해진 실무 경험을 갖추고 연구와 강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제자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강변하는 조 교수는 선배들이 애써 수립해놓은 전통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눈썹 하나도 까딱하지 않는 이 정부 핵심들의 뻔뻔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본 터라, 조 교수에게 크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그는 조만간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다. 우리 사회의 인재를 키워야 할 대학은 농구 경기에서 체력이 떨어진 주전 선수를 잠시 쉬게 해주는 벤치가 아니다. 조 교수는 지금이라도 사표를 내는 것이 옳다. 그게 선배와 동료 교수, 제자들에 대한 예의다." =

이와 비슷한 일갈(一喝)이 8월 5일자 동아일보 <[단독]서울대 '뜨거운 조국'>에도 실렸다. = "최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복직한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향한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중략)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은 조 전 수석이 자신의 공직 참여 명분으로 '앙가주망(engagement·사회 참여)'을 내세웠지만 제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략)

조 전 수석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공무원법은 교수의 정무직 공무원 진출 시 휴직을 보장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

현 정부 고위직들의 어떤 공통적 현상은 유독 그렇게 '내로남불'이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대저 소인배의 특성은 자기 자신의 티끌은 안 보고 남의 티끌만 보고 비판한다.

아무리 '앙가주망'도 좋다지만 다른 교수가 정부 고위직으로 갈 적엔 "폴리페서"라고 비판한 사람이 정작 자신은 임기를 마치면 또 돌아와서 '자랑스런' 서울대 교수직을 유지하겠다는 심보는 과연 무엇인가?

폴리페서는 정말이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던 맹자의 말이 떠오른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2.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3. 정부 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기름 가득 채우세요"
  4. '경기도 광역교통망 개선-철도망 중심’ 국회 토론회
  5.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1. 2025년 한국수어통역방송 품질 향상 종합 세미나
  2.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안전지식 마음껏 뽐내길"
  3.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학년을 뛰어넘은 집중력… 15개 시군 안전지식 최강자들 치열한 접전
  4.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중도일보 사장 "여러분들은 이미 안전지식 챔피언"
  5. 손소리복지관.우송&굿모닝보청기, 청각장애인 청력 지원 위한 업무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