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더 이상 우체국 집배원 사망에 넋 놓지 말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더 이상 우체국 집배원 사망에 넋 놓지 말길

방원기 정치부 기자

  • 승인 2019-09-02 17:21
  • 신문게재 2019-09-03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방원기 정치부 기자
벌써 몇 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유명을 달리했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고 사망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사망한 이들은 말이 없다. 그저 성실하게 주어진 업무를 다했을 뿐이다. 4월 동천안목천우체국 집배원이 만성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급사로 사망했다. 5월엔 공주 우체국에서 청장년 급사증후군으로 30대 집배원이 세상을 등졌다.

6월엔 당진 우체국 집배원이 숨을 거뒀다. 이들 죽음 뒤에 따라다니는 단어는 '과로', '스트레스'다. 성실한 가정의 아버지로, 누구보다 금쪽같은 자식으로 일생을 살아왔다. 그들은 이제 가족 곁에 없다. 그런데 마땅히 받아야 할 산재를 아직도 못 받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1주당 52시간에서 60시간을 업무한 것을 두고 '과로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집배원노조가 이들의 실제 노동시간을 파악한 결과 많게는 주당 57시간에 달했고, 기본 50시간이 전재로 깔렸다. 누가 봐도 과로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본인이 하지 않아도 될 업무인 개밥 주기나 이삿짐운반 등 '직장 갑질'도 포함됐다. 공주우체국 집배원인 고인은 업무 외적인 이런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이들의 법률대리인은 산재신청을 외쳐댔다. 이 집배원은 현장에서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자 집으로까지 우편물을 가져와 분류할 정도였다. 정규직의 꿈을 그리며 고된 일도 마다치 않던 그는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됐다.

동천안목천우체국 집배원은 39년간 단 하루도 연차를 사용하지 못했다. 사용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표현이 맞다. 그러다 사망하는 당일 몸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연차를 처음 사용했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당진우체국 집배원은 세상에 아내를 두고 먼저 떠났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의 아내의 눈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말라버릴 대로 말라버린 눈동자엔 아직도 남편의 모습이 담겨있을 것만 같았다. 5년간 주말에 만남을 이어오던 토·일요일은 허망함만이 그득할 뿐이다. 세 집배원 사망할 당시 그 어떤 말도 남기지 못했다. 가족이 힘들다는 말을 들으면 더 힘들어질까 가슴앓이와 몸 앓이를 하며 버텨왔던 그들이다.

그러나 산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건 물음표가 생긴다.

사망에도 슬픔이 그득한데 당연히 받아야 할 산재를 못 받는다니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이들 가족은 단 하나의 소망이 있다. 다른 집배원은 자신이 겪은 일을 되풀이 되지 않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평생의 동반자를 잃은 슬픔을 잠시 억누르고 나지막이 말을 내뱉던 유족의 말이 떠오른다. "남편은 이미 사망해서 떠났지만 다른 집배원은 부디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우정사업본부는 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으면 한다. 아주 기본인 산재처리는 물론이요, 남겨진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아량을. 방원기 정치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4. 스토킹 피해 신고했던 전 연인 살해 40대 구속
  5. 대전혁신센터, 스케일업 투자지원 민간운영사 업무협약
  1. 대전시의회, 이효식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2.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3. '양성자 암치료센터' 건립 나선 세종, 중부권 첨단의료 거점 노린다
  4. '충효예 정신' 충남 교육현장에 본격… ‘사랑의 일기’는 축소 운영
  5. 박수현 충남지사, 'UNDP AI 허브' 충남 유치 사활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가 맞물리면서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11월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사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시험대에 함께 오르면서다. 여기에 세종시 재정 문제와 얽힌 핵심 법안까지 일몰을 앞두고 마지노선에 봉착하면서 정기국회 내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예산 심사에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안을 다루게..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의 미래 산업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점인 '대전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28일 14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서 공식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 과정은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네이티브 과정(5개월)과 인공지능 올인원 과정(18개월)으로 운영된다. 대전시와 진흥원은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 AI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이끄는 한편, 대전시는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