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희정 유죄 확정으로 본 성범죄 인식 변화

  • 오피니언
  • 사설

[사설]안희정 유죄 확정으로 본 성범죄 인식 변화

  • 승인 2019-09-09 16:58
  • 신문게재 2019-09-10 23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931636532
대법원이 9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1, 2심 판단이 180도 편차가 있어 다양한 해석과 논란을 낳았지만 '사필귀정'으로 봐야 타당할 것 같다. 결론은 가해자의 증명력보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더 고려한 쪽으로 내려졌다. 성범죄 인식의 기준이 되는 대법원 판례가 변해간다는 의미가 돋보인다.

성폭력에서 우월적 지위에 따른 관계성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한 변화로 봐야 한다. 이것은 한때 정권과 시대를 교체하겠다던 정치인 개인의 책임과 자격을 묻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이다. 사회 전반의 중도화와 맞물려 좌우 양극에 메시지를 던졌던 대권 주자의 정치생명도 법 앞에서 무력하다는 뼈아픈 교훈도 던져줬다. 실제로 정치인 도덕성과 자기관리에 대한 강력한 경고 효과가 있었으면 한다.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주목할 것은 '피해자다움'을 배격한 사실이다. 피해자에게 이를 강요하거나 2차 피해의 희생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자유의사가 제압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면, 즉 상대방 의사에 반한 성적 행동은 처벌된다는 기준이 정립돼야 옳다. 여성에게 안전한 삶 보장과 함께 양성평등 시각으로 다루는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원칙도 굳혀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거세게 휩쓴 미투 운동이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였다면 안희정 판결은 정치인들이 각성하는 분기점이 돼야 자연스럽다. 태풍의 핵처럼 대망론의 선봉에 섰다가 급전직하한 안희정 전 지사를 향한 애증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판결에 너무 큰 상실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 1심의 "위력은 있으나 행사되지 않았다"를 뒤집고, 행사되지 않고 존재만 하는 위력이 없다는 판례가 생성된 셈이다. 소모적 성 대결을 접고 올바른 성인식과 성문화 정착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도초대석]"의사이잖아요" 응급실·수술실 지키는 배장호 건양대병원장
  2. 공실의 늪 빠진 '나성동 상권'… 2026 희망 요소는
  3. 대전·충남 어린이교통사고, 5년만에 700건 밑으로 떨어졌다
  4. 충남·북 지자체 공무원 절반 이상 "인구 감소·지방 소멸 위험 수준 높아"
  5. [기고]신채호가 천부경을 위서로 보았는가
  1. 계룡그룹 창립 56주년 기념식, 병오년 힘찬 시작 다짐
  2. 대전 학교 앞 문구점 다 어디로?... 학령인구 감소·온라인 구매에 밀렸다
  3. 세종RISE센터, '평생교육 박람회'로 지역 대학과 협업
  4. 세종시교육청, 다문화 교육지원 마을강사 모집 스타트
  5. 통행 방해하는 이륜차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불통’ 통합 논란… 설득 없이 불신만 키우나

대전·충남 ‘불통’ 통합 논란… 설득 없이 불신만 키우나

대전 충남 행정통합을 위한 정치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통합 이후 나의 삶의 어떻게 달라질지 여부와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 있는 지방정부 권한 재설계 등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를 바라지만 여야는 한시적 재정지원 등 일부 사안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행정 통합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구호만 난무할 뿐 정작 주체가 돼야 할 지역민 의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으로 불신과 분열을 키운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시민 반발이 커진 배경에는 통합 자체보다..

올해 대전 아파트 공급 물량 1만 4000여 세대… 작년 대비 약 3배
올해 대전 아파트 공급 물량 1만 4000여 세대… 작년 대비 약 3배

올해 대전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이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가로주택정비, 공공주택, 택지개발, 지역주택조합 등 사업 물량이 고루 포진하면서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대전 지역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총 20개 단지, 1만 4327세대로 집계됐다. 일반분양 1만 2334세대, 임대는 1993세대다. 이는 2025년 공급 물량인 8개 단지 4939세대와 비교해 9388세대 늘어난 규모다. 자치구별로는 동구가 8개 단지 4152세대로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했다. 이어 서구 3개 단지..

"중부권 생물자원관 세종으로"… 빠르면 2030년 구체화
"중부권 생물자원관 세종으로"… 빠르면 2030년 구체화

세종시 중앙공원 2단계 부지에 중부권 생물자원관을 유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청권에만 생물자원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권역별 공백을 메우고, 행정수도와 그 안의 금강 생태 기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시는 2022년부터 정부를 향해 중부권 생물자원관 건립사업 타당성 설득과 예산 반영 타진에 나선 가운데, 최근 환경부로부터 강원권 생물자원관(한반도 DMZ평화 생물자원관) 건립 추진 이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수도권(인천시)엔 국립생물자원관(본관·2007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해야생동물 피해를 막아라’ ‘유해야생동물 피해를 막아라’

  •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의견 수렴 속도낸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의견 수렴 속도낸다’

  • 통행 방해하는 이륜차 통행 방해하는 이륜차

  • ‘대한(大寒)부터 강추위 온다’ ‘대한(大寒)부터 강추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