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국립창극단의 창극 심청전 중 심청과 심봉사 |
봉사란 심청이의 아버지 심학규처럼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 즉 ‘소경’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봉사란 본래 조선시대 천문 지리 역수, 측후, 각루 등의 일을 보던 관상감과 군기를 관리하던 군기시, 대궐 안의 의약을 맡은 관아인 내의원, 번역 및 통역에 관련된 사무를 맡아보던 사역원, 궁중의 제사에 쓸 짐승을 맡아 기르는 전생서, 종묘의 수위를 관리하는 종묘서 등에 소속된 종 8품의 낮은 벼슬자리였다.
그런데 이 봉사 직책에 앞을 못 보는 장님들이 주로 많이 기용되었기 때문에 그 뒤 장님들을 벼슬 이름 그대로 불러서 앞을 못 보는 장님을 그대로 봉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장님들은 주로 점을 치는 일에 종사를 하였기 때문에 이 직종에 종사하는 장님들을 ‘판수’라고 했는데 뒤에 판수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소경을 모두 판수라고도 불렀다.
요즈음은 장님들에게 보편화된 직종으로 ‘안마’를 꼽는데, 요즈음 그 직종에 장님이 아님 사람도 종사할 수 있다는 법 개정에 따라 장님들이 생존권을 위한 투쟁에 나서기도 했으니 세월이 흘러도 전문직종의 변혁은 어려운지 모른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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