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36화. 햄버거, 당신은 얼마나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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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36화. 햄버거, 당신은 얼마나 드시나요?

새삼스레 깨달은 교훈

  • 승인 2018-04-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햄버거
게티 이미지 뱅크
야근이 주근보다 두 배 많다. 업무의 가중과 스트레스, 누적된 불면과 쉬는 날의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음주의 빈번 등이 겹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러자 시나브로 치아의 3분의 2 이상이 마치 옥수수가 빠지듯 그렇게 뭉텅 달아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석 달 가까이 치료를 받노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 한들 그야말로 화중지병(畵中之餠)에 다름 아니었다.



따라서 치아가 오복의 하나임을 새삼 천착할 수 있었다. 식사를 못 하니 체중이 3 킬로그램 이상 감소하는 등 후유증까지 심각하자 아들이 나섰다. "아빠, 제가 치아 보수 해 드릴 게요!"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되레 그러한 자랑을 못 하는 사람이 팔불출이라는 편견이 발동하는 때문이다. 아무튼 효자 아들 덕분에 석 달 가까이 통원 치료한 치과에서 마침내 제대로 된 치아를 '선물'로 받았다.



이게 다 아들의 업적이다!

대학에 다닐 적에도 알바를 하여 스스로 학비를 벌었는가 하면, 현재 재직 중인 직장 또한 특유의 도전정신과 긍정적 마인드 등으로 취업에 성공한 아들이다. 뿐이던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아파트 장만을 끝냈으며 지난 3월엔 '과장님'으로 승진까지 일궈낸, 가히 일거삼득(一擧三得)의 쾌거까지 이룬 아들이다.

이러한 효자 아들 덕분에 필자는 이제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은 "소 잡아 제사 모시는 것보다 살아계실 때 닭고기, 돼지고기로 봉양하는 것이 낫다"고 했던가.

어떤 임플란트 회사의 광고 중에 "엄마가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엄마는 아파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지금 부모님의 치아를 보살펴주세요. '아~ 해봐'는 사랑입니다"라는 것이 있다. 병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을 갈구하는 건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더욱이 치과는 생각만으로도 누구나 가고 싶지 않은 곳임은 불문가지다. 이 광고를 보면서 필자도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사람이 늙는다는 건 이처럼 슬픈 것이로구나……. 그러나 이젠 울지 않으리.

사랑하는 아들 덕분에 이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운다는 건 가당치 않은 때문이다. 새삼, 그리고 거듭 효심(孝心)이 장강(長江)과도 같은 아들에게 전한다. "아들아, 고맙다! 사랑한다!!"

치아가 죄 고장 나서 이를 고치려 치과에 다닐 무렵의 해프닝이다. 그 즈음 동창생의 자혼(子婚)이 있었다. 하여 참석을 했는데 당시는 위와 아랫니가 죄 빠져서 그야말로 '앞니 빠진 중강새'의 목불인견에 다름 아니었다.

그로데스크(grotesque)한 모습에 동창들은 다들 안타까워했다. 반면 어떤 친구는 "큰형님이 오셨다"며 조크의 인사까지 깍듯해서 웃고 넘어갔다. 치아가 그처럼 망가지다보니 김치는 언감생심이요 심지어는 햄버거조차 깨물 수 없었다.

햄버거(hamburger)는 간 쇠고기를 납작하게 빚은 패티(patty)를 그릴이나 직화로 구워 양상추나 토마토 등의 채소와 함께 빵 사이에 끼워 먹는 미국식 샌드위치의 일종이다. 오늘날 형태의 햄버거를 먹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략 1880년 이후로 추정된다고 한다.

햄버거는 독일의 지명 함부르크(Hamburg)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도시 이름 뒤에 'er'을 붙인 햄버거는 '함부르크에서 온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13세기 칭기즈 칸(Chingiz Khan)은 몽골제국의 기마병을 이끌고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할 때 며칠씩 쉬지 않고 말을 달리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먹고 남은 양고기 부스러기를 납작한 패티(patty)로 만들었다. 이를 말과 안장 사이에 넣고 다니며 말을 타노라면 반복해서 체중으로 눌러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면 고기가 부드러워져 익히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몽골의 주식인 육포는 고기를 덩어리로 말리거나 덩어리를 계속 말려서 작은 가루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칭기즈 칸과 그 후예들이 이끌던 몽골이 세계의 반을 정복할 당시, 그 고기(양과 말고기)를 말린 가루는 물에 타서 전장을 누비던 병사들의 좋은 식재료였다.

이것은 불을 피울 필요도, 오랫동안 삶을 필요도 없이 그저 물을 끓여서 가루를 넣어서 마실 수 있는 때문이다. 이런 전투식량의 소지가 가능했기에 칭기즈 칸은 전광석화와도 같이 정복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1238년 쿠빌라이 칸(Khubilai Khan)이 모스크바를 점령하면서는 러시아에도 몽골제국의 고기를 갈아 먹는 문화가 전해졌다. 러시아인들은 생고기를 갈아 다진 양파와 날달걀을 넣고 양념해 타르타르 스테이크(steak tartare)를 만들어 먹었다.

이 스테이크는 17세기엔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까지 전해졌다. 미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모은 햄버거는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고도 그 수요가 줄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싼 값에 노동력을 제공하던 젊은이들이 참전을 위해 일자리를 떠나고 소고기의 공급 또한 제한되자 햄버거 시장은 위축되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에 접어들자 햄버거는 중소도시 개발과 함께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미국인의 음식이 되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베이비붐(baby boom) 세대와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성장한 맥도날드(McDonald's), 그리고 버거킹(Burger King)의 역할이 컸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햄버거 체인점이다. 1940년 바비큐 식당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Richard and Maurice McDonald) 형제가 1948년 효율적인 생산라인을 갖춘 햄버거 가게를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맥도날드가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전문경영인 레이 크록(Ray Kroc)이 존재한다. 당시 밀크 셰이크 기계 판매원이었던 그는 1955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큰 수익을 남겼다.

그리고 1961년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회사를 인수해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로 키워나갔다. 미국 최초로 드라이브 인(drive-in) 점포를 개설했고, 점포의 통일성, 표준화된 메뉴와 품질, 신속한 서비스, 저렴한 가격을 통해 맥도날드의 프랜차이즈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덕분이다.

더블 아치 모양의 'M'자 로고를 앞세워 세계 100여 개국에 3만 5천여 개의 매장(2014년 4월 기준)을 운영하고 있는 맥도날드가 한국 진출 30년을 맞았다는 뉴스를 봤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3월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지난 30년간 19억 2100만 명의 소비자를 맞았단다.

이는 1초에 6명이 맥도날드에서 주문한 셈인데 이쯤 되면 가히 글로벌메이커에 다름 아니다. 10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한국 맥도날드에는 현재 1만7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주부 직원 1600여 명과 장애인 직원도 24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니 반가웠다.

만약에 햄버거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그러한 고용의 수혜(受惠) 역시 없었으리라. 그런데 햄버거는 대표적인 고열량 음식이며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다는 게 지적의 사유로 거론돼 왔다. 또한 세트 메뉴로 나오는 감자튀김과 탄산음료와 함께 먹으면 비타민과 무기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어 영양적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설도 없지 않다.

햄버거는 오늘날 미국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인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음 역시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단 이런 문제가 아닐지라도 필자는 햄버거를 거의 먹지 않는다.

따라서 맥도날드의 입장에서 보자면 영양가가 전혀 없는 고객이다. 다만 거기서 파는 치킨은 이따금 사는데 이는 술안주로서의 개념이다.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식생활이라고 꼬집었다.

저자는 특히 인간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파생되기 시작한 문제와 심각성을 놓치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 8천 마리의 소들이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먹어치운다고 지적했다.

한데 이는 굶주리고 있는 인간 수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기에 사태의 심각함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을 논외로 치더라도 삼시세끼 햄버거만 먹는다면 분명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것임은 불문가지가 아닐까 싶다.

햄버거든 술이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뭐든 적당한 게 제일이다. 치아의 상실로 지독한 고생을 겪어보니 새삼스레 깨달은 교훈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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