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44화. 어버이날 없었다면 서운해서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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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44화. 어버이날 없었다면 서운해서 어땠을까

'무(無)머니날' 소고

  • 승인 2018-05-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버이날
게티 이미지 뱅크
지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날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감사의 뜻으로 꽃을 달아드리고 맛난 음식을 사드리는 건 기본옵션이다.

여기에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용돈까지 추가된다면 금상첨화다. 아들 내외가 어버이 날 이틀 전에 왔다. 그래서 아내는 그날 아침 일찍부터 부산했다. 청소를 하는가 하면 평소엔 아끼던 비교적 고가의 촛불 방향제까지 켰다.

직장인 아들은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우리부부에게 용돈을 줘왔다. 하지만 아내는 그 돈을 모두 독식했다. 이는 박봉의 경비원인 필자가 평소 돈을 못 갖다 줘서다.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다 보니 매달 적자다.

더욱이 아내는 약으로 사는 고삭부리 아낙이다. 아무튼 그래서 빚이 좀 생겼는데 이자를 주기에도 버겁다. 따라서 아들이 아내 몰래 용돈을 줬음 하는 바람 간절하다. 마음은 그러하되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속내를 밝힐 순 없다는 현실적 자존심이 구속한다.

어서 그동안 써온 글이 책으로 발간되는 출간계약이 되고 이를 매개로 계약금까지 받는다면 경제난에서 크게 벗어날 터인데……. 지금이야 아이들이 모두 성장했기에 우리가 용돈을 받는 처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당연히 어렸을 적엔 반대로 우리가 녀석들에게 용돈을 줬다.

용돈의 어떤 '화룡점정'은 설날에 받는 세뱃돈이었다. 어느 해 설날에 아들과 딸은 요즘 시세로 치자면 얼추 50만 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세배한 대가로 받았다. 그러자 아내는 그 돈을 죄 '강탈'했다. 아이들은 울며불며 내 왜 돈을 뺐느냐며 항의했다.

그래봤자 무지막지의 아내에겐 통하지 않았다. "내가 은행에 저금했다가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줄게." 그 또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를 흉보자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아내는 자신의 공약(公約)처럼 그 말을 철저히 지켰으니까.

재작년의 딸에 이어 지난달엔 아들마저 결혼시켰다. 그래서 여간 후련하고 흐뭇한 게 아니다. 두 아이의 결혼식을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던 공헌 역시 아내가 담당했다. 그래서 아내가 참 고맙다!

용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필자는 평소 글을 써서 용돈을 벌고 있다. 허나 용돈과 고정적 수입은 차원부터 다르다. 개인이 자질구레하게 쓰는 돈이 용돈이다. 하여 용돈은 푸짐하지 않다.

반면 출판으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인세는 고정적 수입이 된다. 출판 역시 다다익선인데 이는 낚시터에서 낚싯대를 달랑 하나 놓는 것보다 여러 개를 설치하면 고기를 더 많이 낚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어떤 작가는 책을 아예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듯 다작(多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심히 못마땅하다. 경험과 영혼까지를 담는 진솔한 책이 아니라 고작 검색 따위를 통한 짜깁기 책인 까닭이다. 여하튼 그동안 야근을 하면서 써온 글이 책으로 발간하면 두 권도 넘는 분량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출판사들로부터는 여전히 냉대를 받고 있다. 출간계약이 꼭 성사되길 소망한다. 거기서 받는 계약금 중 일부를 아내에게 용돈으로 팡팡 '쏘고 싶다'. 각설하고 집에 온 아들과 며느리는 우리부부에게 맛난 식사와 술을 대접했다.

이어 필자와 아내에게 각각 용돈까지 주었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아내는 아들 내외가 집을 나서자 마자 필자의 용돈까지 뺏았다. 그렇게 필자의 용돈까지 편취(?)한 아내는 그러나 법적으로도 처벌이 불가하다니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이야 5월 8일이 어버이날이지만 필자가 어렸을 적엔 '어머니날'이었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경로효친의 행사를 하여 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이어 1973년에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 지정하였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에 어머니날이 도래하면 급우들의 어머니들이 모두 학교에 오셨다. 그리곤 자신의 자녀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구경하셨다.

고운 한복과 양장에 더하여 머리까지 단정하게 꾸미고 교실에 들어서는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천사로 보였다. 그럼에도 필자에겐 어머니가 없었기에 가슴에선 다시금 슬픔의 비가 흘러내렸다. 때문에 그 즈음의 어머니날이 필자로선 '무(無)머니날'이었다.

그에 걸맞게 수중엔 돈(money) 한 푼조차 없었기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사탕마저 고작 그림의 떡이었다. 어쨌든 너무도 일찍부터의 어머니의 부재(不在)는 나름 학습(學習)으로, 또한 많은 긍정적 효과로 되돌아왔다.

우선 결혼하면서부터 장모님을 "어머님"으로 호칭했다. 어머니가 없는 아이는 외톨이일 뿐 아니라 성격형성에 있어서도 부정적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진작부터 '배웠다'. 그래서 아이들을 기르면서 무시로 '내가 엄마였다면 아이들의 밥상머리교육을 어찌 했을까?'를 고심하고 연구했다.

아울러 화목한 부부라야만이 명랑하고 구김살 없는 아이들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이라는 것 역시 스스로 터득했다. 결실은 '노력'이라는 비료와 '실천'이라는 물을 줘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 또한 거둔 소득이다.

세월은 오토총총(烏???)하여 아들과 딸 모두 결혼에 골인했다. 두 아이의 결혼으로 인해 며느리와 사위가 '우리가족'으로 편입되었다.

재물과 마찬가지로 가족 또한 다다익선이다. 이는 지난 달 장인 어르신의 상을 치르면서 새삼 절감했던 대목이다. 예식이나 장례식에 있어 가장 보기 흉한 게 바로 가족 뿐 아니라 축하객(문상객)이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한 현상이다.

이런 경우, 도리어 축하객(문상객)이 더 민망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실제로 오래 전 직장동료가 부친상을 당했다. 그래서 문상을 갔는데 필자 말고는 문상객(問喪客)이 안 보였다. 술을 마시며 시간을 끌었다.

다른 문상객이 오면 자리를 뜨려 했으나 자정이 임박하도록 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평소 인간관계를 어찌 했으면 이토록 적막강산(寂寞江山) 일까!'라는 생각에 직장동료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당연한 상식이겠지만 경조사의 경우, 내가 가지 않으면 남도 오지 않는다.

또한 소위 '먹튀(먹고튀기)' 역시 먹튀의 대명사로 불리는 론스타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컨대 친구와 동창들에게 자신의 부모님 상(喪)을 알리고 자녀의 결혼식 또한 사방팔방에 소문을 낸다.

그리곤 조의금과 축의금을 모두 챙긴다. 한데 막상 다른 친구와 동창들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그때부턴 나 몰라라 하며 아예 거들떠도 안 본다. 필자는 이런 후안무치한 사람을 일컬어 '먹튀인간'이라고 일갈(一喝)하는 터다.

어쨌거나 만약에 어버이날이 없었다면 서운해서 어땠을까? 그랬다면 어버이날이라고 해봤자 아이들이 집에 오는 일도, 선물도, 식사도, 용돈마저 증발했으리라. 집을 나서기 전 아들은 "내일은 처갓집으로 장인장모님께 인사드리러 갈 겁니다"라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예의범절이 깍듯한 아들이 새삼 든든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온다. 내년 어버이날에는 아들과 딸 모두 아빠와 엄마가 되어 토끼 같은 손자와 손녀를 안고 오길 기대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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