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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온천문화축제 2016/출처=문화체육관광부 |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비는 여전했다. 예상대로 무료 족욕체험장이 가장 인기몰이였다. 생각 같아선 발을 담그고 싶었다. 하지만 등에 맨 배낭과 앞에 건 카메라에 이어 우산까지 들었기에 포기했다.
비까지 추적주척 내리는 까닭에 자칫 족욕이 아니라 전신 '비(雨) 목욕'이 될 가능성까지 배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쉽다! 족욕을 하고 나면 술발도 잘 받는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평상 시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다.
운동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데 이러한 평소의 습관으로 인해 다리 부분의 혈액순환 불량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때문에 평소 족욕을 자주 하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함은 물론 수면불량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무릎 아래의 다리 부분은 수많은 경혈이 몰려 있어서란다. 오래 전 온양온천에서 호텔리어로 근무했다. 총각인 데다가 수려한 외모 덕분에 처자들이 구름처럼(믿거나말거나) 따랐다.
조석으로 양질의 온천수 목욕을 한 덕분에 몸에선 항상 온천수 특유의 좋은 냄새가 풍겼다. 온천수는 게르마늄, 칼슘 등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어 몸에도 좋다기에 보리차처럼 마셨다. 그 덕분이었는지 잔병치레 따위도 없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엔 신혼여행 선호지(選好地)로 온양(도고)온천이나 유성온천, 경주 등지가 유명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필자가 근무했던 호텔은 이미 예약손님으로 꽉 찼다. 그래서 밤늦도록 "제발 하룻밤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라는 신혼부부의 읍소(?)가 줄을 이었다.
그때는 또한 객실에 손님을 안내하고 나면 수건과 비누, 칫솔 치약 따위를 건넸다. 한 번은 객실을 안내해 준 뒤 수건과 치약 등을 들고 다시 객실을 찾았는데 그만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랑이 용변을 보는 양변기에 담긴 물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컨대 '아주 시골'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온 부부로 보였다. 크게 놀라서 "이건 세수를 하는 게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머쓱했던지 머리를 긁던 나이를 좀 먹은 신랑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전국에는 각양각색, 이런저런 축제와 행사가 많다. 이 가운데 <2018 유성온천축제>는 그야말로 명실상부와 명불허전의 축제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이 같은 축제를 개최하자면 치밀한 전략과 연구, 이벤트의 구성과 프로그램의 다양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태산처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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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유성온천문화축제 모습/사진=홍경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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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유성온천문화축제 모습/사진=홍경석 |
그건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비(雨)였다. 축제와 행사에 비가 오면 관광객과 구경꾼들 역시 철 지난 바닷가인 양 한적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이런 불안감을 느낀 건, 명색이 대전시 홍보블로그 기자이며 더욱이 기자단 중 단연 '맏형'이라고 자처하는 신분상 특성의 의리가 크게 작용했다.
허나 예상과는 달리 관광객들은 구름처럼 많이 오셨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메라에 많은 걸 담았다. 각종의 행사장 부스를 지나 무료 족욕을 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역시 흐뭇했다.
족욕의 효능은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족욕 효능의 핵심은 바로 혈액순환이다.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불리울 만큼 오장육부가 발에 모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때문이다. 족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며 하체비만에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혈액순환이 불순하면 만병이 찾아온다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혈액순환이 원활하면 신진대사도 덩달아 활발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족욕과 관련한 산업도 크게 발달했음을 볼 수 있다.
몇 해 전 족욕이 건강에 굉장히 좋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중에서도 이젠 쉽게 족욕기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님의 효도선물로 족욕기를 선물해 주신다고 들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은 이와 관련한 뉴스를 아직 못 보았지 싶다.(^^;)
다시 유성온천축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두드림 공연장에서의 32사단 군악대 공연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 사진을 찍는 데도 아주 힘들었다. 지난 시절의 '유성온천탕' 모습을 재현한 곳은 추억의 사진 찍기 장소로도 손색이 없었다.
하여 필자도 세신사 아줌마의 그림 아래 누웠다. "아가씨~ 미안하지만 제 사진도 하나만 찍어주실래요?" 이밖에도 행사 관련의 많은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시장기가 돌기에 근처의 식당에 들어갔다.
거기서 정말 '깜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의 가격보다 적게는 1천 원에서 2천 원까지 값을 깎아준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관광지, 그것도 축제가 열리는 곳에 가보면 마치 악습(惡習)인 양 바가지 가격을 받는 곳이 많다.
언젠가는 바닷가에서 열리는 축제에 갔는데 근처 횟집에 들어가니 가격이 어찌나 비싸던지! 대경실색한 아내는 그냥 나가자고 했지만 그럼 욕을 들을까 싶어 아내의 손목을 잡았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저 푸른 바다를 보는 구경 값이 이 음식에 포함되었다고 생각하구려."
유성온천축제에서 음식점의 가격을 지정하여 할인해 주는 대상은 무려 18곳이나 되었다. 따라서 이는 유성구청과 관련기관 등의 단체, 그리고 해당식당과 음식점 등의 평소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의 상관관계(相關關係)를 새삼 고찰할 수 있었던 셈이었다.
고루한 얘기겠지만 축제를 함에 있어 바가지 상혼이 난무하면 관광객들은 다음부터 발길을 끊는다. 온천 얘기가 난 김에 '우리나라 온천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듯 싶다.
나라 별로 온천의 정의를 내리는 온도가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온천을 '땅속에서 솟아나는 따뜻한 샘물'로서 25℃ 이상 되는 것을 '온천'이라고 한다. 이때 인체에 해롭지 않아야 되고, 용출 수량이 하루 300톤 이상은 되어야 온천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설도 있다.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온천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따라서 온천을 찾으면 지금의 로또복권 1등 당첨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그러나 말처럼 쉽게 찾을 수 없는 게 바로 온천이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눈이 왔을 때 눈이 바로 녹는 지역과, 겨울에도 식물들이 무성한 지역 등을 눈 여겨 보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온천의 역사는 '고구려 서천왕의 아우가 온천욕을 했다' 는 <동사강목>의 기록이 돋보인다.
고려 선종 때 '병든 부모에게 온천욕을 시키고자 하는 관리에게 온천의 거리에 따라 휴가제를 실시했다'는 <고려사>의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 '온천이 있는 곳의 수령은 온천욕장을 수리, 관리하는 병인을 구호해야 한다'는 온천관리지침이 <경국대전>과 <대전회통>에 남아있다.
온천을 발견하면 현직자는 3계급 특진, 직위가 없는 자는 7등급 임명, 천인은 임역면제 등의 혜택을 받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충남 아산의 도고온천은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신라왕이 이곳에서 깨끗이 치유된 후 '신라리'로 명명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외 [삼국사기], [삼국유사],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도 온천이 질병 치료에 이용됐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보아 온천은 예부터 치료의 개념으로도 우뚝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의 사상가 베카리아는 "역사가 없는 나라의 국민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첨언한다. "바가지 없는 축제장의 국민은 행복하다." 세월처럼 빠른 건 없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젊음창창'의 호텔리어 시절이 엊그제만 같은데 어느새 나도 이순의 나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얼마 전 어버이날을 맞아 집에 온 아들이 내년 나의 회갑 때는 어디로 여행을 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생각 같아선 외국여행이 손꼽히지만 고삭부리 아내 때문에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국내여행, 그것도 온천이 있는 곳으로 1박 2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여행이라는 것도 '노세 노세 젊어 노세'라는 말처럼 신체가 젊은이처럼 팔팔할 때 부지런히 다니고 볼 일이다. 온양온천과 유성온천이 새삼 그리운 이유다. 온천은 휴양(休養)의 개념에 있어서도 단연 발군(拔群)의 존재인 때문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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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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