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48화. 세계인권선언에도 反하는 탈북자 북송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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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48화. 세계인권선언에도 反하는 탈북자 북송 요구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승인 2018-05-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 4월 '대한민국의 1700만 촛불 시민'을 유엔인권최고대표실(OHCHR)에 추천했다고 한다. 따라서 잘 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엔 인권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낮지 않아 보인다.

만약에 수상을 한다면 그중엔 분명 필자도 포함될 터이다. 왜? 필자 역시 평소 인권에 대한 가치의 부여와 함께 신장(伸張)을 위해 나름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터이니까.



대한민국의 '1700만 촛불시민'이 오는 12월 10일에 국내외 연구 및 시민단체들에 의해 후보로 추천된 '유엔 인권상(United Nations Prize in the Field of Human Rights)'을 받게 될 것으로 가정하고 이 글을 진행한다.

이 상은 전 세계에서 인권 분야에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의 공로를 인정하고 격려하기 위해 국제 연합(UN)에서 제정한 상이다. 유엔 총회 결의 2271호(1966년 채택)에 의해 창설돼 1968년부터 5년마다 수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자랑하는 인권상이다.



올해는 제10회째인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마침내 이 상을 받는다고 하면 실로 감개가 무량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유엔 인권상은 그동안 유엔 인권선언과 제반 인권협약이 표방하는 인권 및 기본권의 보호 및 증진에 기여를 했는지의 여부 등을 주요 수상 기준으로 해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수상자로 엘레노어 루즈벨트 대통령 영부인(1968)과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자이자 목사였던 마틴 루터 킹(1978),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1988)가 손꼽힌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1998)에 이어 장애인 인권 활동가인 등소평 장남 덩푸팡(2003)과 국제 적십자 위원회(1978), 멕시코 대법원(2013) 등의 단체 등 그 면면도 실로 '화려번쩍'하다. 이 '유엔 인권상'과 궤(軌)를 같이 하는 것이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날을 기념해 1950년 제5차 유엔총회에서 12월 10일을 '세계인권선언일'로 선포했다. 세계인권선언은 2차세계대전 전야 전 세계에 만연됐던 인권침해 사태에 대한 인류의 반성을 촉구하고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유엔 헌장의 취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과연 이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남북정상의 만남 이후 탈북 여종업원 12명에 대한 북송설(北送設)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자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돌하는 모양새다.

jtbc 보도로 촉발된 이후 북한은 이들을 북송하라는 요구를 내놨다. 탈북 여종업원 12명의 이른바 '기획 탈북설'은 이를 선거에 이용하고자 했는지의 여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본다.

반면 이들이 스스로 탈북하였다면 더 이상 문제를 삼아선 안 됨은 물론이다. 한 술 더 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마저 북송하라는 요구는 언필칭 민주주의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위상마저 추락시키는 단초가 아닐 수 없다.

주지하듯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은밀하게 망명을 요청했고, 이에 당시 영국과 미국은 그에게 망명지를 어디든지 택할 수 있는 '백지 위임장'을 줬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흔쾌하게 '자유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우리 대한민국을 택했다.

따라서 이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 이후 가장 비중 있는 북한 인사의 귀순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으로의 입국 후 북한 '김씨 왕국'의 비밀스런 베일을 하나씩 벗겨나갔다. 북한 주민의 유린된 인권에 대한 증언 등으로 지난해에는 국회에서 '올해의 인권상'도 받았다.

이랬던 그가 정권이 바뀌고 남북정상회담 이후 훈풍이 잠시 부는 듯 하자 다시금 북송해야 한다는 따위의 실로 말도 안 되는 역풍에 휩쓸리는 듯 보여 이 또한 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뒷간 갈 때 다르고 올 적 다른 것과 무엇이 틀리단 말인가!

최근 그가 펴낸 책 <3층 서기실의 암호>가 혹여 금서(禁書)가 될까 싶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정부에 의해 금서가 되기 전에 구해놓자는 이유가 그 책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는 현실은 자유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후안무치의 극치에 다름 아니다.

그는 오죽했으면 최근 그동안 몸담았던 국가정보원 산하 안보전략연구소 자문연구위원직에서마저 사퇴했다고 한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남한으로의 귀순은 오래 전부터 국민적 관심의 정점을 이뤘다.

지난 1983년 2월 25일 소련제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 씨가 그 방증이다. 당시 그의 탈북은 국민적 관심의 촉매였으며 심지어 그로 말미암아 혹여 남북 간에 전쟁이라도 발발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증폭되었었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한데 대저 탈북자들의 공통된 현상은 독재로 폐쇄되고 억압받는 현실에서 자유의 날개를 달고자함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남한으로 들어왔거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들을 북한으로 도로 보내라는 요구는 인권의 차원을 넘어 인간으로서도 차마 할 수 없는 극도의 '배신'일 뿐이다.

북한인들의 특성 상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신분은 사실 배울 만치 배웠으며 소위 잘 나가는 엘리트 계층에 한정된다. 하지만 정작 해외에서 보니 대한민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되는 순간 '아노미(anomie) 현상'을 겪을 수도 있음은 상식이다.

'아노미'는 사회적 규범의 동요·이완·붕괴 등에 의하여 일어나는 혼돈상태를 의미한다. 또는 구성원의 욕구나 행위의 무규제 상태를 말한다. 어원은 무법·무질서의 상태, 신의(神意)나 법의 무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노미아(anomia)로서, 중세 이후 사용되지 않다가, E. 뒤르켐이 <사회분업론>과 <자살론>을 통하여 근대사회학에 부활시켰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찾아 귀순한 탈북민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소중한 인권이 우뚝하다. 그러하거늘 이제 와서 그들을 북송하라고 한다면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만약에 그들이 강제로라도 북송이 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조리돌림(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기 위하여 끌고 돌아다니면서 망신을 시키는 행위)을 당하다가 비참하게 최후를 마칠 것임은 안 봐도 자명하다.

우리는 지난 5월 8일 그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미국 송환을 뉴스로 지켜봤다. 그러면서 새삼 인권의 소중함을 천착할 수 있었다. 이 뉴스만으로도 미국은 얼마나 인권을 중시하는지를 역시도 발견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탈북자들은 그야말로 사지(死地)에 다름 아닌 북한을 떠나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그러했거늘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뒤바뀌고, 심지어 좌지우지된다는 현실은 가뜩이나 국가신인도가 하위권인 대한민국의 인권지표마저 추락으로 이끄는 악재가 될 게 뻔하다.

그렇게나 갈망했던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입국했건만 북송설이 제기되고 유포되면서 하루하루가 마치 지옥과도 같은 삶이라고 한다면 이게 어찌 '자유 대한민국'일까!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의 하나 탈북민들을 강제로 북송한다손 치면 OHCHR에서는 그동안 만지작거렸던 '대한민국의 1700만 촛불 시민'을 대상으로 한 '유엔 인권상'의 수상 기회마저 쓰레기통에 쑤셔 박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民主主義)란 무엇인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가 바로 민주주의 아니던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탈북민들의 북송설이 다시는 나와선 안 된다. 북송(北宋)은 과거 중국에서, 960년에 조광윤이 카이펑(開封)에 도읍하여 세운 나라이며 1127년에 금(金)의 침입을 받아 정강의 변으로 서울을 강남(江南)의 임안(臨安)으로 옮길 때까지를 이른다는 것으로만 국한해야 마땅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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