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세상만사]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박새롬의 세상만사]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 승인 2018-08-21 10:42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So many years we've tried, to keep our love alive, But baby it ain't over 'til it's over(우리 사랑을 지키려 노력했던 수많은 세월들, 그러나 그대여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예요).'

미국의 뮤지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는 1991년에 발표한 노래 'It Ain't Over 'Til It's Over'에서 사랑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고 속삭인다. 들을 때마다 슬픔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마음속에선 사랑이 이미 끝났음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연인에게 아직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며 함께 보낸 시절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은 그 이전 뉴욕 양키스의 포수였고 후에 감독까지 지낸 요기 베라((Yogi Berra)가 먼저 말했다. 요기 베라는 양키스를 10차례에 걸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아메리칸리그 MVP를 세 차례 차지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의 인물이다. 그가 뉴욕 메츠의 감독이었던 1973년 저 말을 한 뒤,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꼴찌를 하던 팀이 기적적으로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언이 됐다.

요기 베라의 말과 레니 크라비츠의 곡에 담긴 건 희망과 의지다. 지금 팀이 꼴찌여도 할 수 있다는 용기, 사랑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하자는 간절함이다. 끝나지 않았음을 바라는 마음이 뜨겁게도, 미지근하게도 다가온다.

끝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요기 베라가 팀 성적이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1위로 역전하는 일도, 그의 명언도 없었을 것이다. 레니 크라비츠가 사랑을 끝낼 생각이었다면 20년 넘게 사랑받는 명곡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이 끝났다. 서울서부지법은 무죄를 선고했고 안 전 지사는 '일단' 면죄부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혐의와 논쟁은 끝난 게 아니다. 여론은 더욱 타오르고 있다. 피해자 김지은씨가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시각에 비난이 쏟아진다. 김지은씨가 '그루밍(길들이기)'에 빠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심리전문위원들의 의견을 재판부가 배척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지은씨는 지난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편지로 재판부를 규탄했다. "위력은 있지만, 위력은 아니다. 원치 않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아니다. 뭐가 아니라는 것인가. 바로잡을 때까지 살아내겠다"며 "강한 저들의 힘 앞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관심밖에 없다.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 내겠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지은씨는 1심 앞에 자신의 사투를 끝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안 전 지사는 1심으로 끝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세상이 진실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한, 명언과 명곡처럼 명판결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예산사과농장 한관수 대표, 10㎏ 사과 500박스 후원, 나눔과 지원 활동 지속
  2. 대전 서대전육교서 오토바이 교명주 충돌… 40대 운전자 숨져
  3.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된다?... 지역 유통업계 '술렁'
  4. 더블유렌트카, '2026 예당호 모터 페스티벌' 성료
  5.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1.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2. 조합이냐 신탁이냐… 정비사업 어떤 방식이 좋을까?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김 원초 광천산 아니어도 '광천김'" 대법, 지역서 쌓은 명성 인정
  5. [사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

헤드라인 뉴스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대청호는 550만 충청권 주민이 함께 마시는 물이자, 상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깨끗한 물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상류와 하류가 감당하는 몫과 이해관계는 달랐다. 이런 차이를 넘어 대청호를 함께 지키기 위해 2002년 주민과 시민사회, 지방정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중도일보는 대청호를 둘러싼 상·하류의 갈등 속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떤 한계와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나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물관리 환경 속에서 550만 충청의 공동 식수원인 대..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정보 유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이 16일 제공한 44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보안 장비가 자동 탐지한 사이버공격 건수는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15억 7000만 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40만 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공격으로 확인된 건 35만 37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국전력 일부 직원들이 금지된 태양광 사업을 겸직하다가 징계를 받고도 계속 사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침을 도입한 후에도 소용이 없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16일 제공한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한전의 태양광 겸직 관련 징계는 해임이 15건, 정직 233건, 감봉 29건, 견책 3건 등 모두 28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후 2024년부터 겸직 적발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해임이 7건, 정직 109건, 감봉 1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