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살이-김재석 작가]천상의 정원을 거닐다

  • 사람들
  • 뉴스

[詩골살이-김재석 작가]천상의 정원을 거닐다

  • 승인 2019-12-08 22:50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재석 작가
김재석 작가
중도일보 11월5일자 11면 [한성일이 만난 사람] 지면에 소개됐던 김재석 귀농작가의 에세이 ‘詩골살이’ 연재를 시작한다. 김재석 귀농작가는 중도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제3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1억 원 고료 당선작 장편 판타지 소설 <풀잎의 제국> 저자이자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 장편 범죄 스릴러 소설 <식스코드> 작가이다. 67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 작가는 일본공학원 방송미디어학과를 졸업했고 동아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부산경상대학교 방송영상영화과 교수와 경성대학교 디지털콘텐츠 제작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일본 Sony 방송장비 전문 설비, 교육업체 '루트앤 루트' 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 순창으로 귀농해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면서 귀농귀촌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귀농인들을 돕고 재능기부하면서 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재석 작가는 2007년 제1회 해양문학상 <바다로 간 거북, 토리> 동화 당선, 2009년 청소년장편소설 <마린걸> 청어람주니어 펴냄, 2009년 한국안데르센아동문학상 <별박이 왕눈잠자리의 하늘여행> 금상 수상,2011년 제3회 1억고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수상,장편소설 <풀잎의 제국> 문학수첩 펴냄, 2013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장편소설 <식스코드> 낙산재 펴냄, 2019년 브런치(다음) 연재 장편소설 <리야드 연가(戀歌)> 부크크 펴냄, 2019년 출간 예정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본선 진출작 <로봇개 스카이> 장편동화 ,2019년 브런치(다음) 연재 장편소설 <리야드 연가(戀歌)> 부크크 펴냄, 2019년 출간 예정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본선 진출작 <로봇개 스카이> 장편동화를 집필 중이다.







<김재석 작가의 詩골살이>



-천상의 정원을 거닐다-





나는 요즘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가슴 뛰는, 뼛속까지 '시골형 인간'」이란 농촌 재생과 관련된 책을 기획하고 있다. 신문사 지인이 한 분을 소개하며 꼭 만나 볼 것을 권했다. 대전시 인근 대청호 자락에 위치한 숨겨진 정원을 찾아갔다.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temp_1574778802918.-1868588826
11월 중순, 시골길을 한참 누비며 찾아간 그 곳은 단풍이 지면서 낙엽비가 내렸다. 바람은 저만치 앞서가며 '낙엽을 밟으며 거북이처럼 발걸음을 옮겨오라'고 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나오는 카시오페아 거북이처럼 그렇게…, 시간이 당신을 쫓아오지 않는다면서….



매표소를 지나 숲 속 오솔길 터널을 벗어나자 눈앞에는 중세의 수도원을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그것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대청호의 푸른 물결과 오색단풍 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언덕배기에 말이다. 고풍스런 서양식 저택 5채가 언덕을 타고 오르며 띄엄띄엄 자리했다. 검은빛이 감도는 회색 벽돌로 외벽을 쌓고, 지붕색마저도 주변 자연보다 튀지 않게 회색으로 배려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회색 옷을 입은 다섯 수도승이 숲에 자리를 잡고 묵언수행을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맑은 가난을 선택한 목자, 주서택 원장을 만났다.



"산과 들, 강은 누리는 자의 것이죠. 저는 백만 평의 호수와 산을 가진 수생식물원을 운영하고 있죠."(웃음소리)



그의 말처럼 대청호의 비경을 그저 누리며 다섯 가구가 수생식물을 키우며 또 수생식물을 테마로 한 경관농업을 지향하며 2만평의 정원을 가꾸어 가고 있었다.



이곳은 오래전에는 바다였다. 5억 년 전 원생대 말에 형성된 변성퇴적암으로 이뤄진 땅이다. 변성퇴적암을 따라 대청호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나 있다. 암석에는 화석처럼 조개비가 보이고, 한 줌 자갈흙에서 줄기를 뻗쳐 올리는 이끼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리학적으로도 이곳은 수생식물원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저는 수련을 좋아합니다. 수련으로 유리하우스 한 동을 채우기도 했죠. 수련은 어떤 흙탕물속에 넣어놔도 물을 정화시킵니다. 뿌리에 상처를 주면 더욱 꽃이 많이 피고 번식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련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지고 내공이 쌓이는 법이지요."

temp_1574778818941.-1739172087
그가 어떻게 수생식물과 교육을 연결시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연이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빙하기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고도의 상징을 익히고, 협업정신을 연마한 호모 사피엔스 종인 인간은 어떤 자연대상에게서도 상징을 읽어낸다. 그는 수련같아서 그의 마음속에는 맑은 가난이 담겨있었다.



"저는 목회자입니다. 청년 때부터 한국대학생선교회인 C.C.C(Campus Crusade for Christ)에서 간사로 25년을 봉사했고, 청주주님의 교회 담임목사로 65세까지 사역하다 퇴임했죠. C.C.C에서는 자비량 간사라고해서 월급이 따로 나오지 않아요. 오직 후원을 받아 생활했죠. 목회를 할 때도 제가 생활비를 못 받는 한이 있어도 교회재정의 50%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흘려보냈습니다. 나중에 나올 때 계산해 보니 90억 가까이 되더군요. 베풀수록 흘러나오는 영적인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그는 지난 세월 몸으로 익힌 '맑은 가난'이란 고도의 상징 언어를 사용하여 이곳에 비영리적인 천상의 정원을 만들었다.



"현대인들은 도시문화에 지쳐있고 콘크리트에 갇혀 살면서 정서적으로 메말라있어요. 이곳에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내면의 정서를 풍성하게 하고 영적인 자아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죠."



다섯 채의 집들은 2층을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1층은 저렴한 가격의 펜션(1박 오만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몇 개월씩 예약이 밀려있다고는 하나 도무지 그런 돈을 받고 어떻게 이 넓은 시설을 운영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 원장은 치료선교학 박사인 아내 김선화씨와 함께 내적치유세미나를 열고 있었다. 이 천상의 정원에 와서 내적치유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만 5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분들의 등록비와 후원금, 100쇄가 넘은 <내 안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 책 인세로 운영비를 충당한다고 했다. 세미나는 현대인들이 겪는 우울증, 공황장애, 자살충동 등 다양한 심리문제를 성서에 기초한 치료심리학으로 정립해서 운영하는 치유프로그램이었다.



"의식은 크게 직선의식과 곡선의식이 있어요. 곡선의식은 돌아가게 하는 의식입니다. 모든 자연은 다 곡선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것은 직선이죠. 직선의식은 빨리 돈 벌고 빨리 성공하고 출세하고자 하는 의식입니다. 흙으로 빚어진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직선의식에서 곡선의식으로 바뀌면서 치유가 일어나죠."

temp_1574778838196.-690588836
나는 주 원장이 17년을 공들여 가꾼 수생식물원과 대청호가 눈앞에 펼쳐진 천상의 정원을 거닐면서 농촌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았다. 농촌의 자연은 고도의 상징이며, 그 자연의 코드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면적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주 원장은 자연에서 치유하는 곡선의식을 읽어내고 수생식물원을 일구어냈다. 이곳은 앞으로도 상처받고 마음이 가난한 영혼들이 찾아드는 둥지가 될 터이다.



주 원장은 찾아오는 어린아이들에게 수백 종의 수생식물과 습지식물을 보여주며 각양각색의 모양을 살피게 했다. 그리고 각자의 마음 모양을 그려보자고 한다.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하트요", "사랑요", "배려요", "베풀어요"



"우리가 그런 마음의 모양을 가진다면 친구를 미워하지도 괴롭히지도, 혼자 외로이 슬퍼서 우울해 하지도 않겠죠"



주 원장에게서 그의 좌우명이 담긴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믿음으로 했다'(주서택 지음, 숲이 나무에게 펴냄)



"나는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실패했다기보다는 위대한 일을 믿음으로 해보고 그 결과는 신에게 맡긴다."



아기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촌에서 그의 말은 울림이 크다. 향후 10년 안에 많은 농촌마을이 이대로 있으면 소멸할 것이다.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temp_1574807477564.-1556967624
김재석 작가와 주서택 원장
천상의 정원을 거닐다

-김재석-



천상의 정원 입구에는 두 개의 돌이 놓여있다.

네모난 돌과 둥근 돌

어느 하나를 집으면 되돌아가는 길이 열린다

누가 천상의 정원을 거닐었다면 어떤 돌을 집었을까

누구나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어떤 돌도 집지 않고 망설일 이유 없이

부디 한 번은 다른 돌을 선택하기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승조 "충남에서 검증된 실력 통합특별시에서 완성"
  2. 대전시 설 연휴 24시간 응급진료체계 가동
  3. 대전경제 이정표 '대전상장기업지수' 공식 도입
  4. 대전 중구, 설연휴 환경오염행위 특별감시 실시
  5.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1. 대전 서구, 2년 연속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우수'
  2. 대전 대덕구, 청년 창업자에 임대료 부담 없는 창업 기회 제공
  3. 대전시 2026년 산불방지 협의회 개최
  4. 대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부활할까 "검토 중인 내용 없어"
  5. 유성구, '행정통합' 대비 주요사업·조직 재진단

헤드라인 뉴스


“지금 담아야” vs “출범 먼저”…대전·충남 통합법 재정 공방

“지금 담아야” vs “출범 먼저”…대전·충남 통합법 재정 공방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재정·권한 이양 방식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재정과 권한을 법에 명확히 담지 않은 통합은 실효성이 없다고 여당을 겨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통합 출범을 위한 법 제정을 우선한 뒤 재정분권 논의를 병행해도 충분하다며 맞섰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관련 입법공청회에서는 광역단위 행정통합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재정·권한 분권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여야는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과 권한을 '지금 법에 담아야 하느냐', '출범 이후..

중도일보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사 선정
중도일보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사 선정

중도일보(회장 김원식, 사장 유영돈)가 대전·충남권 일간지 중 최초로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에 선정됐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는 9일 2026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로 중도일보를 포함해 일간지 29곳, 주간지 45곳 등을 선정했다. 중도일보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돼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사업을 펼쳐왔다. 2025년에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통해 '대전 둔산지구 미래를 그리다' 등 다양한 기획 취재를 진행하며 지면을 충실하게 채워왔다. '둔산지구 미래를..

김태흠 충남지사·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 왜?
김태흠 충남지사·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 왜?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9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을 비판하며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충청북특별자치도법’ 제정을 촉구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정통합 논의과정에서 배제되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충북은 대전·충남과 엄연히 다르다며 특별법안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태흠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회 행안위 공청회에 참여하려 했으나 끝내 배제됐다”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