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코로나19가 소환한 트로트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코로나19가 소환한 트로트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4-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문화 및 문화생태계도 바뀌나 보다. 국민 전체가 혼자 사는 법을 공부하고 습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다 보니, 평소 트로트에 관심이 없던 아내가 종종 트로트 프로를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아내만 그러한 게 아닌 모양이다. '미스터트롯' 마지막 회 시청률이 35.9%(유료방송 가구)였고, 결승전 전화 문자투표가 773만 건을 넘었다고 한다. 집계가 어려워, 성적을 추후 발표하는 방송사고(?)까지 벌어졌다. 시청률을 시청 가구 수로 환산 추정하니 873만 가구란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미스터트롯 지원자 또한 1만 5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인기에 편승, 방송국마다 트로트 방송 제작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전에도 트로트 방송과 방송의 새로운 시도가 있어왔지만, 그 차원이 달라 보인다.

'미스터트롯'을 제작한 서혜진 국장에 의하면 "대중은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고, 미지의 사람이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에 환호한다"며, 예능의 본질은 스타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 한다. 그의 주장과 소신이 맞아떨어진 덕일까? 새로운 얼굴에 환호하고, 누가 1등 해도 이상하지 않은 출연자,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대결 양상이 강렬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출연자마다 차별화된 개성과 특별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로트는 1930년대 전후로 정착된 대중가요 양식이다. 신민요와 더불어 대중가요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우리 전통음악과 같이 장조인 경우 '파'와 '시'를 제외한 오음계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 엔카의 번역, 번안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왜색 문화로 치부되기도 하고, 그 이유로 다수의 노래가 금지곡이 되기도 한 흑역사가 있다. 때로는 '뽕짝'이라 비하적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실제로 대중음악 자체는 물론 트로트를 천시하는 또래가 많았던 기억이다.

처음엔 단조 노래가 많아 애절한 내용이 다수였다. 중장년층은 기억할 것이다. 이난영, 남인수, 황금심, 김정구 등의 노래가 당시는 물론 이후 오랫동안 애창되었다. 1940년 「나그네 설움」을 시작으로 장조 트로트가 등장한다. 트로트 유행은 해방 후에도 지속된다. 이때 현인도 데뷔한다.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단장의 미아리고개」,「가거라 삼팔선」,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반영한 노래들이 등장하여 국민의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1950년대 후반 미국 팝이 안착하면서 쇠락 조짐을 보인다. 1964년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시작으로 다시 트로트가 부활하여 1970년대 초까지 인기를 누린다. 이때가 배호, 문주란, 조미미, 남진, 나훈아, 하춘화 등이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이다. 포크송, 록이 유행으로 떠오르다가 1976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필두로 다시 트로트가 인기몰이를 시작한다. 이때 록사운드와 트로트 선율을 결합한 노래가 등장 변신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로 빛을 본 가수들이 최헌, 윤수일 등이다. 록의 샤우팅을 소화하기도 한다. 점차 익숙하고 편안한 양식이 되어 트로트 소비층이 중장년으로 밀리는 양상을 보인다. 1980년대에는 보다 밝은 트로트 풍이 유행하는데, 비극성을 없애고, 꾸밈음을 강화하는 특색을 지닌다. 주현미, 현철, 문희옥 등이 이에 해당하는 인기 가수다. 여전히 단조 트로트로 비극성을 유지한 김수희, 심수봉 같은 가수도 있다. 1982년 데뷔한 설운도가 부른 「잃어버린30년」은 당시 이산가족 찾기로 온 국민이 눈물바다를 이룰 때, 주제곡으로 선정되어 대단한 사랑을 받기도 한다. 1990년대에는 유흥자리에서 흥을 돋우는데 적합한 신나는 노래로 바뀐다. 이전에 유행했던 「소양강 처녀」, 「남행열차」등도 이런 방식으로 널리 불린다. 새롭게 발표된 태진아, 설운도 등의 노래 역시 변화된 분위기를 담는다. 노래방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2000년대 장윤정이나 박현빈 등이 등장하면서 트로트가 더욱 신나고, 화려해진다. 5음계를 유지하던 방식도 사라지고 오히려 팝에 가까워진다. 요즈음에는 트로트가 특정한 음악 양식이라기보다 옛노래 경향으로 불리는 다양한 대중가요를 통칭하는 말로 쓰이는 듯하다.

차하순 교수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전통에는 '고유한 것'과 '우리의 것'이 있다. 고유한 것은 보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한 것이고, 우리의 것은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소화되어 함께 한 것이다. 문화예술은 어차피 교류하며 재창조되는 것이다. 물과 같다. 없는 곳, 낮은 곳이 있으면 절로 흘러드는 것이다. 흐름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모름지기 작가의 몫이다. 선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심화시키는 것 역시 문화 생산자의 몫이다. 서로 어울려 각각 발전하기도, 새로이 생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트로트가 우리 애환을 담아낸 지도 한 세기가 다 되어간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천시되고 멸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통가요, 성인가요로 명명된 적도 있다. 이제 트로트도 우리 전통문화가 된 것은 아닐까? 새로운 문화창달은 고스란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너와 나의 과제요 사명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202003130100125660005354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2.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3.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4. [대전노인신문] 노인대학 강의가 열리는 날
  5. 대전대학교 대전광역시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가족·돌봄 지원 협력체계 구축 공동협약
  1. 우송정보대 앵커사업단, 산학연 EXPO서 현장형 인재양성 성과 공개
  2. 건양대, 로고스AI와 손잡고 ‘데이터 주권 AI’ 인재 양성
  3.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4.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5. 취임 100일 맞은 허태정 대전시장 "국가반도체연구소 유치,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총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시가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을 월 3만원 한도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지원 한도를 넘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방식도 현재 사실상 무료 이용에서 본인이 교통비를 먼저 결제한 뒤 이용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고령층의 체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어르신 무임교통카드 이용자는 모두 11만 1997명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교통비 이용액은 2만 858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 3만 원을 초..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5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일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까지 나오면서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그동안 누적돼 온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는..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