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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
뉴딜 정책의 기원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했던 경제부흥 정책에 있다. 그 성과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자본주의 경제를 포기하지 않고 자본주의 공황이라는 필연적 병폐를 국가 개입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역시 외부적 충격으로 대규모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뉴딜'이 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당시 정부는 2009년 1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2009년 뉴딜'은 야심 찬 계획과 달리 4대강 사업을 제외하고는 흐지부지됐다. 전례를 따르지 않으려면 우리의 과학기술과 산업, 지역 및 사회, 고용과 노동 상황 등을 아우르는 면밀한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뉴딜'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경쟁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언택트)와 디지털 전환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는 시기에 한국판 뉴딜 정책인 디지털 뉴딜 수행으로 적극 대응하고, 디지털 기반 경제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관련 예산 규모다. 2조 7000억 원 규모의 디지털 뉴딜의 '키'를 쥐고 운영해 나갈 주무부처 과기정통부는 이중 약 8900억 원의 예산을 맡는다. 전체의 2.5% 수준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큰 축을 맡고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 역시 한국판 뉴딜 대응 연구개발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들이 함께하는 경영협의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뉴딜 관련 정책동향 논의와 함께 정부의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에 부합하는 연구사업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향후 5년간 총 4000억 원 규모의 뉴딜 관련 사업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에너지 저장 광물(리튬·바나듐) 등 전략광물자원의 확보와 AI 기반 복합지질재해 감시, 예측·예방, 회복력(resilience) 강화 솔루션 기술개발로 경제성장과 국민안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우리 인류는 그동안 위기에 처했을 때 과학기술에서 해법을 찾았고, 미래를 대비할 때도 가장 먼저 과학기술 투자를 떠올렸다. 식약처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5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위기 때 진가가 나오듯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세계의 롤모델이 된 'K-방역'이 나올 수 있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과학기술은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정부는 7월 중 추가 과제를 보완·확대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역할이 좀 더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방역'과 같이 한국판 뉴딜 정책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의 변화에 훌륭히 대응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한국판 뉴딜이 곧 'K-뉴딜'이 되어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이목을 제대로 끌어내기를 내심 기대해본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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