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윽박지르고, 변호인은 모욕"... 대전 법관들 구태 여전히 심각

  • 사회/교육
  • 법원/검찰

"피고인 윽박지르고, 변호인은 모욕"... 대전 법관들 구태 여전히 심각

대전지방변호사회 관할 법관평가 결과... 최악의 법관은 4명
화내고, 고압적이며 일방적인 재판 진행 등... 평균점수보다 20점 낮아
전체적으로는 평균점수 84.52점 작년보다 소속 향상

  • 승인 2020-11-25 14:11
  • 수정 2021-05-09 22:16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고등지방법원
대전고등·지방법원
# 대전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A 변호사는 최근 1∼2년 사이 항소심을 맡은 모 재판부에서 황당하면서 난처한 일을 겪었다. 재판장이 사건 때마다 여러 차례 변호인을 배제한 채 피고인에게 직접 신문했기 때문이다. 통상 피고인들은 입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변호인이 변론하는데, 해당 재판장은 변호인이 얘기하면 피고인에게 묻는다며 변호인의 말을 자주 끊는다는 것이다.

A 변호사는 "피고인을 신문하는 걸 보면 재판장이 판사인지, 수사하는 검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이미 공판검사가 할 일이 없어 좋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60대를 코앞에 둔 B 변호사는 모 항소심 재판부 사건은 맡지 않기로 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20대 초반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을 했다. 젊은 나이고, 1심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은 데다 피해자와 합의까지 했으면 통상 검찰 항소를 기각하는 게 대부분인데,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건 20년 넘게 변호를 하면서 처음으로 모욕을 겪은 충격 때문이다.



B 변호사는 "윽박지르고 반말과 존댓말을 섞는 건 기본이고, 변론을 중간에 끊거나 법정에서 변호사를 구박하는데 재판 내내 참기 힘든 모욕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전지방변호사회가 해마다 대전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소속 법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일부 법관들의 태도는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윽박지르는 건 물론이고, 피고인에게 화를 내거나 빈정거리며 변호인에게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다.

대전지방변호사회(회장 서정만)가 대전고법과 지법, 가정법원 소속 법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 평균 점수는 84.52점으로 지난해 82.30보다 소폭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는 대전변호사회 회원 400여명 중 190명의 변호사가 법관 187명에 대한 1956건의 법관평가서를 제출해 이뤄졌다.

평가 결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법관 4명을 선정해 구체적 사례를 공개했다. 최하위 평가를 받은 법관 4명은 61.14 ~ 69.81점을 받아 관할 법원의 법관 평균점수(84.52)보다 낮았다.

구체적으로는 재판장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법정구속할 것처럼 화를 내거나 모욕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사례가 많았다. 또 강요하듯 조정을 권하고, 당사자가 참석하지 않은 공판에서 2시간 넘게 당사자를 비난하며 예단을 드러낸 법관도 있었다.

소장 접수일로부터 10개월이 지났음에도 변론기일을 잡지 않거나, 약속된 개시 시간에 지각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내용에 보충서 제출을 종용하는 직권적 법관도 보고됐다.

반면, 대전고법 허용석 부장판사와 대전지법 임대호 부장판사, 김용찬 부장판사, 대전가정법원 김형률 부장판사, 천안지원 권순남 부장판사는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대전변호사회 관계자는 "법관평가가 신속하면서 공정한 재판을 통한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학년도 수능 이후 대입전략 “가채점 기반 정시 판단이 핵심”
  2. [2026 수능]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3. 당진시, 거산공원…동남생활권 '10분 공세권' 이끈다
  4. [2026 수능] 황금돼지띠 고3 수험생 몰려…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워
  5. [2026 수능] 분실한 수험표 찾아주고 시험장 긴급 수송…경찰도 '진땀'
  1. 해운대 겨울밤 별의 물결이 밀려오다 '해운대빛축제'
  2. 더민주대전혁신회의 "검찰 집단항명, 수사 은폐 목적의 쿠데타적 행위"
  3. 이한영, 중앙로지하상가 집중점검… "실효성 있는 활성화 대책 필요"
  4. 대전경찰청, 14일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앞두고 안전 점검
  5. [2026 수능 스케치] "잘할 수 있어"… 부모·교사·후배들까지 모여 힘찬 응원

헤드라인 뉴스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한때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대전의 관광·여행 만족도와 소비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도시의 정체성에 문화, 관광, 휴식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전은 지금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5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기록..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친선경기가 개최된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준비 과정에서 열리는 중요한 평가전으로,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를 상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무대다. 대전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명성을 전국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 A매치가 열리는 것은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전에 3만9823명이 입장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