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인재로 자랄 사람 나무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인재로 자랄 사람 나무

장주영/ 대전공업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1-04-06 09:4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76d5a53740e768f90a646944e7a9ff97b18d25f9
1-9반 학생들
식목일(植木日)은 1949년 나무를 많이 심고 아껴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날이다. 학창 시절 학기 초에 식목일 휴일을 누려본 기성세대는 식목일을 진하게 기억하지만, 2005년에 태어난 우리 반 아이들은 코로나19로 학교를 격주마다 다닌 것을 더 기억할 듯 싶다. 이번 주 학교를 나오지 않는 우리 반 아이들은 거리 두기 정책으로 등교하지 않는 편안함은 있지만, 원격 수업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동성과 실질적 책임감이 더 높아졌다. 쉽사리 작심삼일 하는 나태함을 스스로 조절하며 잘 지낼지 걱정된다.

나는 세 아이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고 복귀한 터라 교직 생활에 긴 공백이 있었다. 변화된 학교와 낯선 업무 속에서 신규교사 같은 초심으로 배워나가면서 지낸다. 다행인 것은 나의 딸도 고 1인데, 우리 반 아이들도 1학년이다. 학교에서도 엄마 같은 따뜻한 마음을 앞세운 각오를 하니 다소 안심이 된다.



대전공업고등학교 드론지형정보과 1학년 9반. 토목과라는 명칭에서 드론지형정보과로 금년에 개명하였다. 6개 전공 중 한 반뿐인 유일한 학과여서 3년 동안 쭉 같은 반이다. 그래서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삼년 간 얼굴을 맞댈 같은 반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학급 내 화합과 편안함이 중요하다. 부디 삼 년동안 학교폭력이나 내부 갈등이 없이 집보다 더 화목하고 행복한 반이 되기를 바래본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와 선생님을 좋아하고, 친구들과도 영원한 우정을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담임선생님이 되고 싶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로 자연을 생각하는 날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어린 나무로 여기고, 학교를 과수원으로 생각하는 식목일 아침을 보낸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학교와 선생님을 햇볕과 양분이 가득한 언덕으로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가 귀하고 훌륭한 나무처럼 돋보이기를…….

지난 주 4월 1일. 마스크를 쓰고 격주로 지내서인지 아직 서먹한 우리 반 아이들은 만우절을 아주 얌전히 보냈다. 오히려 교사인 내가 아이들에게 추억을 주고자 골탕 먹이는 만우절 행사를 하고 싶었지만, 대신 운동장에서 봄날 콧바람을 쐬며 단체 사진을 남기는 종례를 했다. 나무마다 새순이 오르고 날씨도 참 좋다. 신입생으로 입학하여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얼굴의 반은 가리고 격주 등교여서 서로를 알기 위한 시간을 갖기에 기회도 부족하였다. 잠시 마스크를 빼고 운동장 철봉에 모두 매달리는 연출을 하여 귀한 얼굴을 남기는 학급 단체 사진을 찍었다. 얘들아, 철봉을 두 손으로 꽉 잡듯이, 학교도 선생님 손도 꼬옥 잡으렴. 드론지형정보과 1-9반!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있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함께 잘 해보자. 식목일 아침, 쑥쑥 자라날 훌륭한 나무처럼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소중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신입생>

시 : 장주영



나도 처음인데

너희들도 처음이니?



새로운 이곳

우리 인생의 무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여기



심장이 두근두근

기쁘다 설레인다

뭐든 오케이

나를 위한 축제의 날



나를 도와줄 친구

마음을 나눌 사람

이곳에 가득



표정을 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해보는 거야

즐거운 마음으로

다 잘 될 거야

행운이 올 거야

소중한 나의 오늘



너도 처음이듯

나도 처음이다



새로운 이곳

내 인생의 무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여기



우리 함께 잘 해보자

38-장주영-교사
장주영 /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강화군 길상면, 강화 나들길 집중 점검
  2. 제7회 대전특수영상영화제, 대전의 밤을 밝히다
  3.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영상포함)
  4. 김동연 경기지사, 반도체특화단지 ‘안성 동신일반산단’ 방문
  5. '교육부→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수들 반발 왜?
  1. 갑천습지 보호지역서 57만㎥ 모래 준설계획…환경단체 "금강청 부동의하라"
  2. [2025 보문산 걷기대회] 보문산에서 만난 늦가을, '2025 보문산 행복숲 둘레산길 걷기대회' 성황
  3. 전국 부동산 시장 상승세… 충청권 중 대전만 하락세
  4. 12·3 계엄 1년 … K-민주주의 지킨 지방자치
  5. [기고] '우리 시대 관계와 소통'에 대한 생각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 대규모 준설 계획… 법적보호종 서식지 훼손 우려

갑천습지 대규모 준설 계획… 법적보호종 서식지 훼손 우려

대전 갑천 습지보호지역에서 흙과 모래 57만㎥를 준설하는 하천 정비계획이 발의돼, 이대로라면 수달과 삵, 미호종개 법적보호종의 핵심 서식지에 상당한 영향이 우려된다. 대전천과 유등천에서도 퇴적토 정비를 다시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는데 대전 3대 하천 7개 지점 89만7000㎡에서 준설하는 계획은 앞으로 3일간 7개 시·군·구 주민 설명회에서 공개될 예정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금강유역환경청이 11월 19일 공지한 갑천권역 하천기본계획(안)을 보면, 대전 서구 도안동과 호수공원 일원의 갑천 국가습지에서 준설과 제방 보강을 골자로 하고..

트럼프 2기 글로벌 공급망 불안...전략산업 육성으로 돌파하자
트럼프 2기 글로벌 공급망 불안...전략산업 육성으로 돌파하자

미 트럼프 2기를 맞아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은 6대 전략산업에 대한 다변화와 성장별 차등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최근 대전연구원이 발표한 '대전의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 분석 및 대응 전략'에 따르면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전 세계는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오면서 공급망 안전화 및 수출 다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대전은 주요 전략산업 대부분이 대외 영향력이 높은 분야로 지역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안정화 전략 및 다변화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대..

쿠팡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의보… 과기정통부 "스미싱·피싱 주의 필요"
쿠팡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의보… 과기정통부 "스미싱·피싱 주의 필요"

국내 최대 이커머스 쿠팡에서 3000만 개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당국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통한 스미싱이나 피싱 피해 시도가 우려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 침해사고 피해 규모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사고 분석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추가 국민 피해 발생 우려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조치다. 최초 신고가 있었던 19일 4536개 계정의 고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