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MZ세대를 향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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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MZ세대를 향한 바람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1-08-30 08:2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대전에서는 건축디자인캠프가 열렸다. 1989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대전건축디자인캠프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캠프 행사로, 대전지역 여러 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고 그 결과를 견주면서 발전하는 모임이다. 30여 년 전 지역의 건축학과 교수들과 건축사들이 대전지역 건축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을 이용해 캠프를 운영함으로써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발전과 교류를 도모할 목적으로 시작된 모임이다. 2000년대 들어 전국의 많은 건축디자인캠프가 대전을 모델로 열렸다가 사라졌지만, 대전만은 여전히 건재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마침 코로나로 말미암아 여럿이 모이는 행사가 어려운 관계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비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주제를 'Lost space in Daejeon'으로 정해 그동안 방치되거나 관심밖에 머물던 장소를 찾아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롭게 제안하는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으로 꾸몄다. 올해엔 특별히 'YouTube Architecture'라는 제목으로 방식을 바꾸어 진행하였다. 패널과 모형으로 결과물을 내놓던 예전 관행으로부터 유튜브를 이용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대전시민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알리는 모양으로 전환한 것이다. 워낙 유튜브가 강력한 표현 수단으로 위세를 떨치는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한 부분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 모임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었다.

물론 우려도 컸다. 건축에서 창작의 과정이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다분히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고 의견으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의견교환이 가능할 것인지? 튜터로 역할 하는 선생님들은 지도에 어려움이 없을 것인지?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룬 바가 없는 동영상 제작기법 등을 짧은 시간 숙지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등 고민이 많았지만, 모험을 택하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대성공이었다. 대전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는 공간에 가상공간 콘텐츠를 제공하고 시민의 반응과 요구를 기반으로 실제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소통방식을 제안한다는지, 트램을 중심으로 길이 만나는 교차점을 발길이 머무는 장소로 재발견해가는 방법, 동네에 산재하는 공원을 지역주민 특성에 따라 재구성하는 아이디어, 모든 것이 배달되는 시대에 모듈화된 공간에 문화를 담아 하천을 따라 원하는 장소로 배달시켜주는 방법 등 젊은 대학생 16개 팀 모두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로 가득 찼다.



교육 방법론을 얘기할 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교육은 공급자의 관점에서 잘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결국 수요자가 잘 배우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고 효과가 더 큼을 갈파하는 말이다. 학생이 미리 교육내용을 공부해와 발표와 토론을 벌이고 교육자는 그 과정을 거드는 플립러닝(거꾸로수업) 등 혁신 교육법이 등장한 배경이다. 교육 공급자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내버려 둬도 잘할까 하는 조바심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전격적으로 한 비대면 수업은 기우를 기대로 바꿔놓았다. 목소리 높여 강의하던 때와 비교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게 했더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음을 시험을 치르면서 깨달았다.

이렇듯 소위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참여하는 것 같다. 정치적 성향도 이상과 신조를 따라 편을 나누어 서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개별 사안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행동한다고 한다. 상황마다 어찌 반응할지 종잡을 수 없는 듯하지만, 말과 행동이 다르게 때에 따라 위선적인 행보를 보이는 어른 세대와는 구분된다. 명분보다는 실속을 택하고 계획보다는 편리를 택하는 MZ세대가 우리 도시공간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기대가 크다. 그러니 그들이 맘껏 활동할 마당과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이 세대들에 남겨졌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선택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과 기성세대들에게도 나름 시대적 운명을 개척하던 패기 넘치던 때가 있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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