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사법부 독립만이 독재정권 저지하는 길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사법부 독립만이 독재정권 저지하는 길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9-06 09:3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종오 대표변호사
이종오 대표변호사
최근 현직 부장판사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임 판사 임용을 시험으로 뽑지 말고 국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선발하자는 주장에 대해 참 무서운 발상이라고 공개 비판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데 대한민국헌법 제104조 제3항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결국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주장은 헌법을 무시하고 대법원장의 신임 판사 임명권을 뺏어 국회와 시민사회단체에 주자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대한민국헌법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정하여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고, 제106조 제1항에서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법관의 독립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은 역사적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한 참혹한 결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 수립되기 전의 우리나라는 왕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었기에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무시되기 일쑤였고, 그 결과 엄청난 정치탄압과 숙청이 비일비재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사법부의 독립이 유명무실했던 독재정권 시절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사형을 선고받거나 투옥돼 수많은 양심수를 양산한 전력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스탈린의 소련이나 히틀러의 독일처럼 독재자가 존재했던 국가라면 쉽게 발견되는 공통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6.25전쟁 중에 판사가 아닌 공산당원이 주도하는 인민재판에서 별다른 증거도 없이 사형되었던 많은 민간인도 이러한 측면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에 따라 사법부는 입법부, 행정부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도록 헌법에 규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헌법 제104조 제1항에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해 여전히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대통령과 국회를 통한 사법부의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해 사법부의 폭주를 막는 견제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최근 일련의 여당 인사들에 대한 불리한 판결이 잇따르자, 신임 판사 임용 권한을 여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움켜쥐고 사법부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전직 판사 출신 국회의원의 발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법관들이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본의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되기를 원했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법관들이 일선 판사들에게 정부 정책 기조에 맞게 판결하라는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는 체제에서도 이러한 작태가 벌어지는 마당에 모든 신임 판사의 임명을 여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결정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지 눈앞에 선하다.

대한민국헌법을 비롯해 많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행정부·사법부를 나누어 상호 견제하게 한 것은 기나긴 세월 속에 왕정과 독재국가를 모두 경험했기에 권력을 나누고 그 권력기관이 상호 견제를 해야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된다는 역사적 교훈에 따른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대부분 다수당의 총재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있기에 입법부와 행정부는 상호 독립돼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사법부의 구성원마저 다수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국회에서 선출한다면 다시 왕정이나 독재국가로 복귀하자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돌이켜보면 야당이 다수당이었을 때 즉, 대통령과 다른 당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했던 시절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가장 높게 보호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3.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4.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5.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1.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2.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3.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4.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5. 검찰청 폐지 석달도 안 남아… 보완수사·경찰 인사까지 여전히 혼선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