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특별시민, 보통시민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특별시민, 보통시민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9-13 08:3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한양 혹은 한성으로, 그리고 경성으로 불리다가, 해방 후부터 서울로 불리는 도시의 법정 명칭은 '서울특별시'다. 즉 지방자치법에서는 '특별시'를 두도록 한 뒤 서울만을 위해 제정한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에서 다양한 형태로 서울만을 글자 그대로 특별취급하고 있다.

인구 규모와 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서울을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음은 나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왜 하필 '특별'이라는 이름으로 달리 취급할까? 달리 취급하는 것과 특별 취급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아닌가?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그래, 서울만을 위한 특별 대접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한 걸음 나아가면 느낌이 달라진다. 서울이 특별시라면 자연스럽게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특별시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도 서울 시민은 서울특별시민으로 불리다. 그러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거주 국민은 모두 '보통시민'인 것인지? 특별시민이 아니기에 당연히 보통시민이 된다. 특별시민과 보통시민, 특별 대접받는 층과 보통 대접받는 층, 일등 시민과 이등 시민…

잠시 눈을 돌려 지구본을 바라보자. 과연 세계 어느 도시 명칭에 '특별'을 넣은 도시가 있는지? 적어도 필자가 아는 한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수도로도 불리는 워싱턴 D.C.도 정식 명칭이 겨우 컬럼비아구(District of Columbia)일 뿐이다. 명칭은 이래도 워싱턴 D.C.는 미국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행정조직체로 존재하면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평등의 대한민국에서 만든 법률로 많은 국민이 특별시민이 아닌 보통시민 취급을 당하는 것일까? 일제 식민시대에 본토인인 일본 사람과 달리 수많은 차별을 당한 우리 조상들의 상황과 밑바닥 생각에서 뭐가 다른 것일까? 뭘 잘못했다고 법이 나를 마치 이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일까?

뭐하면 당신도 서울 살면 될 것 아니냐고? 이제 주택 가격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지경이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진입 장벽을 만들어 놓고는 억울하면 서울로 이사 오라는 것이야말로 특권층의 갑질이다.

말꼬리 잡지 말라고? 말꼬리 잡아 시비 걸자는 의도가 아니다. 왜 굳이 서울만을 특별시로 하여 서울 사람을 특별시민으로 만들고 나머지 국민을 보통시민 취급하는 인상을 주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만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면, 그저 법령에서 달리 취급하면 된다. 여기에 '특별'이라는 명칭을 부여할 하등의 이유도 불가피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법에서 광역시를 두되 일정한 경우에는 법률로 달리 취급할 수 있게 하고, 별도 법률에서 여타 광역시와 달리 규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서울만을 특별시로 하니 여타 시·도에서도 기회만 닿으면 특별시와 도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 아닌가?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가 그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산, 광주 등도 특별시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조금 지나면 대한민국은 완전히 특별시와 그렇지 않은 시로, 특별시민과 그렇지 못한 시민으로 갈라질지도 모르겠다.

서울 사람들도 한편 불편하리라.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특별시민 취급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일단 특별시민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는 것은 특별시민에서 보통시민으로 강등되는 것이라는 관념이 뇌리에 박힌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서울에 남아 있으려고 한다. 다른 지역민은 어떤가? 기회만 닿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로 이주하려고 한다. 서울의 인구 밀도가 점점 높아지고 주택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학원론 한번 읽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래 놓고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편다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제갈공명이, 방통이 다시 살아온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3. 예산 서부내륙고속도로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 들이받아… 1명 숨져
  4.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5.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1.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2.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3.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4.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5. 폭염 속 건설현장 근로자 마음응원 캠페인…마음구호 키트 나눔도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