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20] ‘청주 문의면’, 판소리 명창 키웠다…‘드러나지 않은 인물’

[10년간의 취재 기록-20] ‘청주 문의면’, 판소리 명창 키웠다…‘드러나지 않은 인물’

청주 문의 사람 이창운, 같은 고향 박팔괘와 선후배 … “박팔괘가 이창운 영향받은 듯”
중부4군(염계달, 최낭청, 김제철, 김봉학)에 이어 ‘청주 명창’도 대활약
‘발굴되지 않은 명창’…국악계, “발굴사업 절실하다”

  • 승인 2021-09-13 10:07
  • 수정 2021-09-13 10:21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20편_사진2박팔괘_국악음반박물관소장
1906년 미국 빅터음반회사에서 충북 청주 국악 명인 박팔괘의 가야금병창 수궁가 중 '토끼 화상' SP음반을 취입해 발매한 기록.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충북지역 판소리 명창인 염계달(음성), 최낭청(괴산·증평), 김제철(괴산), 김봉학(진천)은 우리나라 판소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들이었다. 중고제의 기초 등 '성음 표준'을 만들고, '석화제(가야금병창제와 비슷한 창조)'를 처음 사용했으며 임금 앞에서 소리했던 명창들이 바로 충북의 간판 소리꾼이었다. 그러나 염계달을 제외하면 최낭청, 김제철, 김봉학 3명은 실증 자료가 거의 없어 아쉽게도 판소리 역사에서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이름 석자도 모르는 국악인들이 다수다.

본보 10년간의 취재기록 결과 충북 중부 4군(염계달, 최낭청, 김제철, 김봉학)은 이처럼 국악의 성지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라도 명창들에 대한 해당 지자체의 활발한 추모 사업 등에 비하면 충북의 옛 명창들은 상대적으로 부각이 안 돼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충북 명창들은 국악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던 것은 분명하다.

중부 4군 뿐만이 아니다. 청주지역 명창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국악계에 드러나지 않았던 '청주 명창 발굴사업'이 절실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청주지역 대표적인 소리꾼은 이창운과 박팔괘 명창이다.

박팔괘(1882~1940년) 명창은 학계에서 크게 다룰 만큼 중요한 인물로 떠오르지만, 이창운은 사실 숨은 판소리 고수(高手)인데도, 학계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던 명창 중 한 명이다. 이번 보도가 그에 대한 첫 언론 노출일 것이다. 그에 대한 실증 자료가 부족했지만, 무엇보다 국악계와 자치단체가 손을 놨던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국악계와 향토사학자 등이 합동으로 발굴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창운은 어떤 인물일까. 먼저 그는 중고제 판소리 명창이었다.

20편_사진1이창운_국악음반박물관소장
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1940년) 충북 청원군 문의면 중고제 판소리 명창 이창운 관련 기록.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114~115쪽)에 보면 이창운의 고향은 '충청도 문의'로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의 지역은 현재 충북 청주시 문의면(옛 청원군)을 말한다. '충청제(忠淸制)'라는 독자적인 산조가락을 만들었던 박팔괘 명인도 충북 청원 출신이다. 당시엔 청원군이었지만 현재는 청주시에 속한다. 이창운과 박팔괘는 같은 고향 선후배 사람이다. 그래서 후배인 박팔괘가 선배 이창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악계의 설명이다.

시대별로 보면 박유전→이날치→이창운→이동백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장기는 '새타령'이다. 이동백과 김창룡이 이창운의 적벽가 중 '새타령'을 방창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이런 점에서 이동백·김창룡이 선배인 이창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국악학자)은 "새타령을 가장 잘 불렀던 인물이 시대별로 보면 박유전, 이날치, 이창운, 이동백"이라며 "연구결과 이동백이 이창운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아무래도 이동백이 이창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후배인 박팔쾌도 선배 이창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팔괘는 구한말~일제강점기시대에 활동했던 가야금산조 및 병창 명인이자 중고제 판소리 명창이다. 그의 생년월일은 학설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제시되고 있는데, 조선 후기에 태어나 광복 이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팔괘(朴八卦)라는 석 자는 예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재명 학자는 "주역(周易)의 기본 원리로서 천지간의 변화를 잘 표현한 음악가라서 '팔괘'(八卦) 예명으로 불렸을 수도 있고, 박팔괘가 가야금 열두 줄을 연주하다 줄이 끊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남은 여덟 줄로도 명연주를 들려준 일화가 있기에 그러한 별호로 명명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팔괘의 손자인 박인규 씨가 박팔괘에 대한 교지(임금이 관직 등을 내리는 문서)를 봤다고 한다. 교지에는 정육품(正六品)이라고 적혀있고, 그 아래 박학래(朴學來)라고 기록됐다. 또 광무 8년(1904년) 3월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런 점에서 박팔괘의 본명은 박학래로 봐야 한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박행충'이라는 명창도 충북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2000년대 초반, 전라도 광주지역의 허름한 골동품 상점에서 소리북이 발견되는데, 이 소리북의 원주인은 박행충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북에는 '충청북도 청주군 청주읍 박행충'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리북이 언제, 어떻게 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31~1946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 소리북을 발굴한 국악음반박물관의 견해다.

박행충이라는 명창은 국악 관련 고서(古書) 등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국악 가야금 산조의 명인 박팔괘 명인의 친인척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악계의 설명이다. 박행충 역시, 적극적인 발굴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5.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