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차별 사회를 만드는 게임 설계자_불안 마케팅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차별 사회를 만드는 게임 설계자_불안 마케팅

이준원 배재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10-11 09:1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준원교수
이준원 교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여기에 등장하는 게임을 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456번 아저씨로 대변되는 4050 세대들은 70년대 어린 시절 시골의 골목에서 땅따먹기, 딱지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벽돌치기, 구슬치기 등 많은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달고나를 만들어 내던 아저씨가 동네 어귀에 나타나면 호기심 많은 아이가 그 주변으로 몰려들고 바늘을 이용해 모양대로만 만들어내면 커다란 붕어 모양 설탕과자를 주었으니 식사시간을 재촉하시는 어머님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할 정도로 집중하곤 했었다. 집에서 설탕으로 달고나를 만들어 먹다가 입술을 데이거나 어머님에게 혼나기도 했을 것이다. 추억의 양은 도시락이 10배나 비싼 가격으로 해외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니 문화의 힘은 곧 국력이라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연적 환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 드라마와 달리 오징어 게임은 정교하게 설계된 내부 장소에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현대 문명이 가진 법과 문화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놀이터를 만든 설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제안된 장소에서 생존을 위해 줄서기 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려내고 있으며, 규범과 예절로 뒤덮인 현대사회 안에서 솟아나는 폭력과 이기적인 본능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처절한 생존 투쟁 안에서도 인간의 배려와 우정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도 그려내고 있다.

내가 만약 456번 아저씨였다면 어떠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보다 더 혹독한 삶과 죽음의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을까. 조직 사회에서 인간은 팀 구성원을 잘 선택하고 그 안에서 동조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소위 사회적으로 ‘왕따’가 되는 것보다 더 큰 공포와 불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차별적 시선과 사회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올바르지 않은 팀을 구성하거나 게임의 규칙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된다.

물질적으로 실패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이 사회 안에서 서로를 이용하고 비난하도록 게임을 설계한 ‘대장’은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따끔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설득력 있고 인기가 많은 것으로 이해된다.

팬데믹 시대를 이용하여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정치적 플레이어들은 ‘불안 마케팅’을 사용하고 이에 동조하는 거대 언론과 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오징어 운동장에서 국민들의 불만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고 있다. 땅 투기와 이를 비호하는 세력들은 사회적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는 국가적 이익과는 상반되는 개인적 이익과 집단의 이기적 플레이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려 있는 정보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의식은 잘못된 시스템에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 이기적인 습성을 나타내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타적인 행동을 보여야만 생존하고 불안의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고 가르치는 심리학적이고 윤리적인 교육을 통해 인간이 지구 상에 나타난 이후로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 무리의 우두머리는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부하의 먹이를 빼앗지 않는다고 한다. 스스로 얻은 먹이를 인정하는 것이 무리를 유지하고 모두를 위한 생존 방법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구글의 사내 시스템 중에는 ‘오지랖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한 부서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 내용을 타 부서에 오픈하고 이를 해결해준 부서에 꽤 큰 금액의 감사쿠폰을 지급한다. 이는 이타적인 협동이 진화론적 생존의 가장 큰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인간은 습관적으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목적 없는 수다, 고독의 즐거움도 알게 하는 먹방, 감사의 마음을 통한 배려,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한 만족감 등을 통해 불안의 시대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오늘은 여유롭게 456번 아저씨가 입었던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달콤한 달고나 라떼를 먹으며 가을의 깊은 하늘을 만끽해보면 어떨까 /이준원 배재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3.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4.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5.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1.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2.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3.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4.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5. 검찰청 폐지 석달도 안 남아… 보완수사·경찰 인사까지 여전히 혼선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